"내친김에 8강으로"붉은 함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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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인천 문학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여 관중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부둥켜안았다. 아무도 맞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그리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대~한민국."

23명의 선수는 손을 맞잡고 경기장을 가로지른 뒤 그라운드에 슬라이딩을 하며 환호에 답했다. 순간 밤하늘엔 16강 진출을 축하하는 불꽃이 치솟았고 인천시 전역은 함성과 태극기로 뒤덮였다.

관중들이 결승골을 넣은 "박지성"을 연호하자 불공을 드리고 경기장에 온 박지성 선수의 어머니 장명자(43)씨는 남편 박성동(44)씨를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

경기장 밖에 있던 2백60만 인천시민도 하나가 됐다.

교통이 통제된 문학경기장 주변 도로는 춤과 노래가 넘쳐났다. 인천시청 앞 광장에 모인 2만여 시민은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과 부평공원 일대도 집에서 TV를 보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러 뛰어나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시민 윤호영(32·인천시 관교동)씨는 "월드컵 16강 진출의 대역사를 인천에서 이룩한 태극전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주현(32)씨는 "이제 인천을 상징하는 외국인은 맥아더가 아니라 히딩크"라고 말했다.

경기 종료 후 붉은 악마와 시민들은 문학경기장~문학플라자~인천시청으로 이어지는 2㎞를 행진하며 "가자, 8강으로""한국 파이팅"을 연호했다. 지나던 차량들은 경적을 누르고 라이트를 반짝이며 승리를 자축했다. 붉은 악마 티셔츠에 태극기를 온몸에 휘감은 열성팬들은 북과 꽹과리를 두들기며 대표팀 23명의 이름을 하나 하나 외쳤다.

또 문학플라자·월미도 문화의 거리·인하대 등 시내 7곳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앞에 모인 15만여명의 시민도 15일 새벽까지 승리를 자축했다. 김남일·이천수·최태욱 등을 배출한 인천 부평고교 학생들은 '인천을 빛낸 선배님,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란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선배들의 이름을 외쳤다.

유흥가나 동네 수퍼의 맥주·소주는 동이 났다. 인천시 계산지구 B호프집과 송도 U술집 등 수십여곳이 맥주와 안주를 공짜로 제공했다. 아무도 잠들지 못한 밤이었다.

인천=정영진·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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