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통령 참관 하에 ‘北 급변 사태’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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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건 처리가 국제사회의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ㆍ 일본ㆍ 러시아 등이 잇따라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해 주목되고 있다.

6일 교도 통신과 일부 국내 매체는 “러시아가 최근 북한 접경 지역인 하산 지구에서 북한 붕괴에 대비한 기동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기동훈련 내용은 하산 지구에 국경수비대 소속 수십 대의 헬기를 급파하는 한편, 국경을 넘는 가상 북한 난민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들이 민간인일 경우 군이 제공한 천막에 수용하고 식량과 의료를 지원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은 러 태평양 함대, 국경수비대 소속 2만여 명의 병력과 70대의 전투기, 30대의 전함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

교도 통신은 러시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군함을 타고 이번 훈련을 참관했다고 전했다. 메드베데트 대통령은 4일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서 핵추진 미사일 순양함을 타고 러시아 태평양 함대의 해군 훈련을 참관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극동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고려해 러시아가 안전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은 이번 훈련이 북한 정세를 바라보는 러시아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중국 저장(浙江)성 온주만보(溫州晩報)는 지난 26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3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동중국해 해상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이 지점은 태안반도 서쪽 해상에서 남쪽으로 700∼800㎞ 떨어진 곳이다. 이 같은 훈련 장소와 시점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한·미 당국이 서해에서 실시키로 한 공동 대잠훈련에 대한 대응책으로 추정된다고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지난 5일엔 서해에서 한미 연합작전을 비난하는 중국군부의 이례적인 입장표명이 나와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중국 군사과학학회 부비서장인 뤄위안(羅援) 소장은 이날 홍콩 TV방송인 봉황위시(鳳凰衛視)의 '오늘의 뉴스 대담' 프로에 출연, "중국은 미국이 항모 조지 워싱턴호를 서해(중국명 황해)에 파견, 한국과 합동훈련을 하는 계획에 강력 반대하지만 이 항모가 서해에서 훈련을 하면 중국 인민해방군의 훈련용 과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항모가 서해에서 한국과 합동 훈련을 벌이면 이는 오히려 중국이 자국의 대응 능력을 점검하고 미국 항모의 작전능력을 파악하는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과 미국은 당초 이달로 예정됐던 서해상에서의 한·미연합훈련을 7월로 연기해 실시키로 했다. 브라이언 화이트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28일 (현지시간) “(한·미) 양국 간 훈련의 세부사항과 관련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7월에 훈련이 실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해상자위대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해군 합동훈련인 환태평양훈련(RIMPAC)에 사상 처음으로 참가한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9일 보도했다. 해상자위대는 1980년부터 환태평양훈련에 참가해왔으나 지금까지는 미국과의 공동훈련에만 참여했으며 다른 국가들과의 대규모 합동훈련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이번 훈련은 23일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시작됐으며 8월 1일까지 계속된다. 14개국에서 함정 34척, 항공기 100대 이상, 병력 2만 명이 참가한다. 일본은 호위함 2척, 잠수함 1척, 초계기 3대, 병력 600명을 파견한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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