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평준화 모두 '죽음의 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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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조별리그가 끝나간다. 11, 12일 각각 네 팀씩 16강 진출팀이 확정됐다. 이번 월드컵은 예상을 뛰어넘는 이변으로 점철됐다.

지난 대회 우승팀인 세계랭킹 1위 프랑스와 2위 아르헨티나의 탈락은 월드컵 무대에 영원한 승자는 없으며 어떤 팀도 이변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일깨웠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혀온 아르헨티나의 탈락은 프랑스의 좌절 못지 않게 충격적이었다. 아르헨티나는 12일 일본 미야기에서 벌어진 스웨덴과의 F조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으나 1-1 무승부에 그쳤다. 결국 이 '죽음의 조'에서 스웨덴과 잉글랜드만 살아남았다.

11일엔 A조에서 두 팀이 가려졌다. 프랑스를 희생시키고 덴마크와 세네갈이 1,2위로 2라운드에 올랐다. E조에서는 독일과 아일랜드가 16강 진출 티켓을 차지했다.

반면 B조의 스페인은 일찌감치 16강을 확정한 뒤 12일 마지막 경기에서도 승리해 3승으로 여유있게 2라운드에 진출했다. 같은 조의 파라과이는 막판 뒤집기로 남아공을 제치고 한 장 남은 16강 티켓을 잡았다.

C조의 브라질 역시 두 경기만으로 16강 진출을 결정하고 마지막 코스타리카와의 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C조의 터키는 이번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킬 팀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1무1패의 실망스런 성적을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에서 중국을 크게 이기고 브라질이 코스타리카를 누르면 16강에 오를 수도 있다.2라운드는 녹다운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실력 외에 운까지 필요한 단판 승부에서 터키의 진가가 드러날지 모른다.

G조도 재미있게 됐다. 우승후보 이탈리아가 크로아티아에 역전패해 크로아티아와 함께 승점 3(1승1패)을 기록 중이다. 조 선두는 2연승의 멕시코. 13일 멕시코-이탈리아전에서 이탈리아가, 크로아티아-에콰도르전에서 크로아티아가 이기면 이탈리아·멕시코·크로아티아 등 세 팀이 동률이 돼 골득실을 따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공동 개최국 일본은 그나마 여유가 있다. H조의 일본은 1승1무로 조 선두에 올라 고지가 눈앞이다. 다음 상대는 약체로 꼽히는 튀니지.1골차로 져도 16강에 오르는 일본은 내심 조1위까지 넘본다.그러나 튀니지도 10일 벨기에와 비겼을 만큼 저력을 지닌 팀이다. 방심했다간 '도하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남은 경기는 격전의 연속일 것이다. 11일 벌어진 독일-카메룬전에서는 양팀에서 각각 한명씩 레드 카드를, 여덟명씩 옐로 카드를 받았다."16강에만 오른다면 상대가 누구라도 좋다"는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잉글랜드)의 토로는 2라운드 진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대변한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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