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中南美 시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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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구촌이 월드컵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 국민은 월드컵 첫승의 환희를 만끽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60억 인구가 매일매일 한국에서 일어나는 축구경기에 열광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거의 한달간 전세계 국가들로부터 이처럼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은 예가 없었을 것이다.

작년수출 비중 겨우 6%

이번에 참가한 32개국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나라는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이다. 축구 경쟁력에 관한 한 이들은 미국·일본보다 훨씬 앞서 있고, 프랑스·독일·영국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축구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4백만명의 코스타리카에 완패했지 않았는가? 이 때문에 전세계 국가들은 이들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이들의 축구 개인기에 매료되고 무엇인가 배우려고 애쓰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중남미 국가들과의 축구 교류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경제적 교류는 어떠한가? 축구와는 대조적으로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다. 중남미는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무역흑자 시장이지만 교역규모는 미미해 지난해 우리나라 총수출의 약 6% 정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중남미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무역이나 투자 관심지역에서 항상 뒷전에 밀려 있다. 또한 중남미 일부 국가들의 잦은 외환위기로 인해 이 지역 전체의 위험도가 높게 인식됨으로써 기업이나 은행들이 중남미에 대한 진출과 지원을 피해 온 면도 있다. 또 한편으로 우리는 중남미에 대해 축구 이외에는 별로 알려고 들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남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이 2조달러, 인구가 5억명인 거대 시장이다. 브라질·칠레·멕시코 등의 1인당 국민소득은 중국의 약 5배에 달한다.

또한 중남미는 미국 시장의 교두보로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미국의 대(對)중남미 수입규모는 연간 3천억달러에 달하며 현재 미국은 캐나다·멕시코로 구성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주 전체를 포함하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Free Trade Area of the Americas)로 확대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중남미 일부 국가들이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경제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석유를 비롯한 풍부한 천연자원, 우수한 인력, 진전된 산업화 등으로 경제적 여건은 어느 다른 개도국 지역보다도 우수한 편이다. 따라서 정치적 안정만 이룩한다면 빠른 속도로 경제의 재도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밖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경제구조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장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개도국 진출에 있어 지나치게 아시아에 쏠려 있었다. 지리적·문화적인 이유로 인근지역과의 경제교류가 활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에서 우리는 아시아 지역에 편중된 대외거래 구조의 폐해를 직접 경험했다.

시장개척 脫아시아 절실

21세기는 세계화·정보화의 시대다. 이 시대 경제교류에 있어 거리의 멀고 가까움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디든 유망한 시장을 찾아내고 그곳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을 발견하는 일이다. 이 점에서 그동안 소홀했던 중남미 지역은 우리가 새롭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임에 틀림없다.

이번 월드컵 개최는 축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중남미 사람들에게 우리나라를 충분히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한달 내내 그들은 'Korea'를 듣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의 거리·사람·문화·생활수준 등을 접하게 될 것이다.

이번 월드컵이 우리나라 최초의 16강 진출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달성하는 한편으로 새로운 중남미 시장을 개척하고 확대하는 데 유용한 기회로 활용됨으로써 실리를 함께 챙길 수 있는 행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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