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기자의 미국생생교육] 점수별·등급별로 봄마다 학교를 평가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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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API가 발표되는 시점이면 학부모뿐 아니라 학교 관계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최고 1000점에서 900점 이상 받은 학교들은 소위 ‘명문’으로 꼽히지만 800점 미만 학교들은 그저 그런 학교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 점수를 바탕으로 모든 학교는 1~10단계 등급으로 구분되며 등급별로 또다시 등급이 세분화되기 때문에 API 하나만으로 각 학교의 수준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한 예로, 매년 캘리포니아에서 최고학교로 선정되는 위트니 고교는 올해 988점을 획득했다. 절대평가에서도 10등급, 10등급 학교끼리 겨룬 평가에서도 다시 10등급을 받아 ‘988-10-10’이라는 성적을 받아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API가 소정기간 내에 목표치에 미달한 학교는 특별관리학교로 지정돼 학교행정권을 1차 교육구에 돌리게 된다. 주어진 기간 내에 교육구조차도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해당 학교에 대한 운영예산 지급을 중단해 사실상 폐교조치가 단행된다. 따라서 각 교육감은 이런 극단적인 결과를 피하기 위해 교원 대거 교체 등을 강행하게 된다.

한국 교과부의 교원평가제가 심한 반발에 부닥치는 것은 API와 같이 제도화된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가운데 동료나 학부모, 교장의 주관적인 생각을 기준으로 평가하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교사는 교장이 평가하고, 낮은 점수를 받은 교사는 교육구가 파견한 심사관을 통해 2차 심사를 거친 후 거취를 결정하는 미국의 행정체계에서는 교원평가제에 대한 불만이 가시화된 적은 없다. 학생들의 학업성적을 기준으로 학교를 평가하는 API, 그외 학부모회 활동, 교사 자질, 학교 행정직원들의 업무능력 등으로 평가되는 ‘우수학교 시상(Distinguished Schools)’ 등의 제도가 그 역할을 적절히 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소영 중앙일보 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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