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山行 경험 책으로 묶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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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산은 인간에게 욕심을 버리라고 말합니다. 생태계의 복원력은 대단하지요. 인간의 훼손으로 몇년간 통제된 산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제모습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 부끄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지난 32년간 우리나라 산을 오르내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400 산행기』 를 펴낸 김형수(75)옹.

金옹은 산에 대한 철학을 묻자 "산은 인간에게 순수함과 깨끗한 심성을 일깨워 주는 인생의 사표(師表)"라고 말했다.

공무원으로 일했던 그는 줄잡아 7백개의 산을 올랐다. 부산시청·김해시청을 거쳐 1969년 12월 서울시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악 인구의 증가로 산이 많이 훼손됐지만, 이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산악인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자체나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자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사례를 볼 때 가슴이 아픕니다."

그는 "기암괴석·숲·능선·계곡미가 산을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라며 "설악산은 이러한 네가지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어 국내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설명했다.

金옹은 그동안 여러개의 산악회를 창립했다. 동아산우회(동아대학교 총동창회)·양우산악회(서울시 양정과)·서울 중구청산악회·무명산악회(서울시 공무원)·서울시청 산악회 재건(1982)·용산구청산악회 등이 그것이다.

"산행을 하다 갈림길이 나타나면 참 난감해집니다. 비록 가지 않을 코스라도 어느 정도는 확인해야 하므로 남들보다 산행하는 데 힘이 더 들었고 이런 점이 산행기를 작성하는 데 가장 어려웠죠."

그는 "산을 오르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10여년 전 지리산을 등반한 뒤 청학동에서 하루를 묵으면서 그곳의 어려움을 듣고 도비(道費)를 활용, 청학서당을 지을 수 있도록 뛰어다녔던 것"이라고 말했다.

金옹은 자신이 운영하는 한국명산길연구소(02-906-5333)를 통해 전국 등산로를 무료로 안내해주고 있다.

1989년 출간 이래 8만부가 찍힌 『222 산행기』 는 산악서적으로는 보기 드문 스테디 셀러다. 이번에 출간된 『400 산행기』 에는 개념도·등산 기점·구간별 시간표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

산악인이라면 산행 지침서로 소장할 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도서출판 깊은 솔에서 펴냈다. 6백78쪽 3만5천원.

글=김세준·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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