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내 사랑, 내 누이야,

꿈꾸어 보렴, 거기 가서

단 둘이서 사는 달콤한 행복을!

사랑하며 죽을 것을,

너를 닮은 그 나라에서!

흐린 하늘의

안개 서린 태양은

내 영혼엔 신비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지,

눈물을 통해 반짝이는

변덕스런 네 눈처럼.

그곳은 모두가 질서와 아름다움,

호사, 고요 그리고 쾌락.

-보들레르(1821~67)'여행에의 초대'중:민희식 역

그해 늦은 봄, 저수지 옆 방갈로에서 일박. 모닥불 위로 날리던 기십만개의 별들. 밤새 뻐꾸기 울음은 나의 팔뚝에 흔들리는 목선(木船)의 그림자 같은 문신을 새기고, 누이여, 아침엔 그 많은 원추리꽃들 어디에서 네 눈을 찾을지 나는 몰랐다. 노란 꽃잎을 선풍기 날개처럼 단 눈들, 윙윙대는 소리를 검은 굴렁쇠 바퀴처럼 굴리던 눈들. 지금도, 뻐꾸기 울음소리 들리면 정신 나간 내 팔은 노 젓는 시늉을 하고, 누이여, 그날 우리가 탄 배는 윙윙대는 원추리 노란 별들 사이로 조심조심 나아간다. 밤새 잃어버린 네 눈을 찾아서.

이성복<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