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붉은 악마 왜곡 교도통신 "한국 응원열기 동원된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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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국 관중석의 응원 열기는 부자연스럽고 동원된 느낌이다."

일본 교도(共同)통신이 8일 대구발로 타전한 기사 내용이다. 이 통신은 한국의 현지 표정을 전하면서 "지난 4일 폴란드전에서 보여준 응원은 박력이 있었지만 10일 치러질 미국전에서 과열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와 관련, "한국 응원단은 경기장을 온통 붉은색으로 뒤덮고, 관중석이 흔들릴 정도로 '대한민국'을 합창한다"며 "상대팀인 폴란드 선수들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은 홈관중의 이같은 응원도 작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통신은 또 "이토록 많은 사람이 한 목소리로 응원하는 데는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다"는 프랑스 기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은 이 보도에서 '한국팀 응원의 비밀'은 붉은 악마가 기업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붉은 악마가 자동차회사·이동통신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TV·신문광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기배우가 TV광고에서 구체적인 응원법까지 지도한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특히 "경기장에서 스폰서가 제공하는 붉은 티셔츠가 무료로 배포됐다"며 "이런 것들을 보면 동원과 무관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기자는 일본 언론의 이같은 시각이 '한국은 아직 군사정권 시절의 동원문화에 젖어 있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란 느낌이다.

더구나 붉은 악마는 상업화를 배제하는 자생적 서포터 조직으로 업체들이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임의로 이미지를 쓰는 것을 거부할 정도다. 물론 일부 기업이 만든 서포터 조직도 있지만 이를 두고 상업화와 동원으로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또 할아버지와 손자가 붉은 티셔츠를 함께 사입고 광화문 네거리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는 모습을 동원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기자는 일본 열도에 넘쳐나는 푸른색 티셔츠 물결과 '간바레 닛폰(일본 힘내라)'이란 함성을 부자연스럽다고 느끼지 않는다.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한국 국민의 일치된 마음이 일본 언론의 잘못된 시각에 의해 '상업화 혹은 동원의 결과'로 비춰지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도쿄=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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