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문구·영화 제목 등 우리말 사용 원칙지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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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아침 저녁으로 버스를 타는 학생이다. 버스 안팎 곳곳에는 이런 저런 광고가 붙어 있다. 어느날 본 것 가운데 '블랙 고시'(Blackgosi)라는 광고가 인상적이었다. 어느 검정고시 학원의 인터넷 주소인데, 검정(檢定)을 검은색 'Black'으로 고시(考試)를 소리 나는대로 'gosi'라고 쓴 것이다.

물론 튀어야 하는 광고의 특성도 있겠고, 하나의 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자의 뜻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을뿐더러 한글을 소홀히 하는 풍조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얼마 전 중앙일보 문화면의 칼럼 '문화노트'에서 영어를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써놓은 외화 제목에 대해 다룬 적이 있었다. 제목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수입사 측에서 뜻을 모르겠으면 사전 찾아보라는 투로 소비자에게 상품을 내놓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후아유''오버 더 레인보우''예스터데이' 등 한국 영화마저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어 더욱 아쉽다. 영어는 영어, 한글은 한글, 한자는 한자다. 언어가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역사의 산물이다. 그러나 언어를 생각없이 편리한 대로 사용해 의사소통의 기능을 잃는다면 안될 일이다.

배혜진·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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