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럽형 어린이 감기약 오남용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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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시럽형 어린이 감기약·해열제의 계량 용기 눈금이 약물 복용량에 맞지 않고 부모들도 잘못된 투약 습관을 갖고 있어 어린이들의 약물 오·남용 위험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시판 중인 시럽형 어린이 감기약과 해열제 20종을 조사한 결과 복용량은 3~30㎖로 다양한 반면 계량 스푼·컵 등의 용량은 대개 2.5,5㎖ 눈금밖에 없어 정확한 용량을 측정할 수 없었다. 또 영·유아용 투약기 10종을 조사한 결과 H사의 투약기는 눈금 표시량이 실제 용량보다 16%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의 투약 습관도 문제가 있었다. 소보원이 어린 자녀를 둔 부모 3백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64%가 계량 스푼 대신 밥숟가락·물컵·병뚜껑 등을 사용해 시럽형 약을 먹이고 있었다. 투약용기의 눈금을 확인하지 않고 약을 먹이는 부모도 20%나 됐다.

조사 대상의 33%는 "임의대로 복용량이나 횟수를 조절한다"고 응답했다. 의사와 상의하지 않고 임의로 다른 감기약·해열진통제·항(抗)히스타민제 등을 먹이거나(52%), 이전에 먹다 남은 감기약이나 다른 사람에게 처방된 감기약을 먹이는 경우도 있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약을(39%) 버리기 아까워 아이에게 먹이는 경우(11%)도 있었다. 소보원 조계란 식의약안전팀장은 "최근 일본에서 해열진통제를 과다 복용한 어린이가 숨진 사고가 있었다"며 "의사의 진단에 따라 정확히 투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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