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보물 뜯지도 않고 버린다 : '저조한 투표율' 예상되는 지방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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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A아파트 1층 우편함에는 4일 전 배달된 선거공보물 대부분이 그대로 꽂혀 있다. 1백90여가구 중 80여가구가 찾아가지 않았다.

아파트관리사무소 직원 朴모(55)씨는 "방송을 통해 찾아가라고 안내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가져간 공보물도 그냥 버려져 재활용 쓰레기 수거함에는 뜯지도 않은 봉투 30여개가 쌓여 있다.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에다 달아오른 월드컵 열기가 겹쳐 6·13 지방선거 분위기가 실종됐다. 주민들은 자기 지역에 누가 출마했는지 관심조차 없고, 후보들의 합동연설회는 청중이 안모여 취소되기 일쑤다. 이에 따라 투표율이 역대 지방선거 가운데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대표성 논란이 예상된다.

◇선거 무관심=지난 6일 오후 경남 진주시장 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린 진주시 진주기계공고. 주민 8백여명이 후보 6명의 연설회에 참석했지만 대부분 후보들이 동원한 청중들이었다. 연설이 끝날 때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 마지막 후보의 연설 때는 50여명만이 남았다.

대구시선관위가 지난 2일 열린 기초단체장 후보 합동연설회 참석 인원을 집계한 결과 중구 7백명, 동구 5백50명 등으로 1998년 선거 때의 평균 1천명에 훨씬 못미쳤다. 지난 5일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시의원 합동연설회는 청중이 없어 후보들이 합의해 취소했다.

◇투표율 높이기 비상=이번 선거 투표율이 5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선관위에는 투표율 높이기 비상이 걸렸다. 최근 중앙선관위가 전국의 남녀 1천5백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42.7%에 그쳤다. 지방선거 투표율은 첫번째인 95년 68.4%,98년 52.7%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는 7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경련 등 4개 경제단체와 1백대 기업 등에 협조공문을 보내 근로자들이 투표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전선관위와 인천선관위는 선거참여를 권하는 서명운동과 엽서보내기 운동을 각각 벌이고 있으며,대구선관위 등은 '투표에 참여하자'는 글이 쓰인 비행선을 띄울 예정이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유권자 한명이 주위 5명으로부터 투표참여 약속을 받아내는 릴레이 운동에 나섰다.

충남대 육동일(陸東一·자치행정)교수는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가 많아야 지역에 헌신하는 올바른 일꾼을 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형식·황선윤·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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