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0년 조선인들이 일본에 천주교 성당을 세운 것을 기념하는 미사가 나가사키(長崎)에서 열린다.
5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 따르면 다카미 미쓰아키(高見三明) 대주교는 내달 10일 오후 1시 나가사카시 나카마치(中町) 성당에서 성 라우렌시오 성당 봉헌 400주년 기념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성 라우렌시오 성당은 임진왜란 때 일본 규슈(九州) 지방으로 끌려간 조선인 포로들이 1610년 나가사키에 세운 성당이다. 당시 예수회 선교사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인 포로 1300여 명이 세례를 받았고, 이들은 돈을 모아 토지를 구입한 뒤 나가사키에 유럽 천주교 순교자인 ‘성 라우렌시오 부제’의 이름을 따 성당을 건립했다. 당시 세르게이라 주교가 성전 봉헌식을 거행했다.
한국에 천주교가 전래된 것은 올해로 226년째. 1784년 이승훈이 중국 베이징에서 세례를 받으면서 한국 천주교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보다 170여 년 전에 일본에서 조선인들이 성당을 만든 것이다. 성 라우렌시오 성당은 1620년 에도(江戶)막부의 천주교 탄압으로 해체됐다. 에도막부는 천주교 신자들을 처형했는데, 당시 처형돼 성인에 오른 신자는 26위. 성인 직전의 복자품위에 올라있는 205위 중 15위가 조선인이다.
잊혀졌던 이 성당의 존재를 밝혀낸 것은 재일동포 2세인 조건치(66)씨다. 조씨는 예수회 선교사가 유럽으로 보낸 보고서에 성 라우렌시오 성당에 관한 기록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1985년 번역본을 입수해 한국과 일본 천주교계에 알렸다. 조씨는 “현재 성 라우렌시오 성당이 있었던 곳을 찾고 있는데 이전에 신고라이마치(新高麗町)로 불린 나가사키시 이세마치(伊勢町)의 이세노미야(伊勢宮)신사 자리에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라우렌시오 성당의 역사를 확인하는 일은 재일한국인 천주교 역사뿐만 아니라 한국 천주교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에서도 이 미사에 대표를 파견할 예정이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서울=백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