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패' 포르투갈-현지 르포> "2차전 반드시 승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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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일 오전(현지시간) 리스본 알라메다 광장에 설치된 3m×2m 크기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포르투갈-미국의 경기가 생중계됐다. 광장은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축구팬들로 발디딜 틈 없이 빼곡했다.

일과를 막 시작한 오전 10시였는데도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부터 할아버지·할머니, 수업을 빼먹은 듯한 학생들, 심지어 양복차림의 직장인도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국명이 새겨진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더러는 대형 포르투갈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응원 열기는 대단했다."포르투갈"을 연호하고, 응원가를 부르는 등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열기는 첫 실점을 할 때까지만 해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나 자책골로 두번째 실점을 하고나자 싸늘하게 식었다. 후반 미국의 자책골로 2-3까지 쫓아가자 사람들은 다시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추가 득점에 실패, 패배가 확정되자 분위기는 다시 찬물을 끼얹은 듯 썰렁해졌다.

일부 팬들은 스크린에 안토니우 올리베이라 감독의 모습이 잠깐 비치자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욕을 해댔다. 어떤 사람들은 상대방을 비난할 때 포르투갈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마카쿠(원숭이)'라는 말을 올리베이라를 향해 뱉어냈다.

상당수가 거의 전문가 수준인 이들 축구팬은 올리베이라 감독의 용병술을 비난하기도 했다. 누누 고메스의 투입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후반에 후이 코스타를 빼고 수비수를 투입할 게 아니라 공격수를 투입, 공격을 강화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은 입을 굳게 다물고 황망히 알라메다 광장을 빠져나갔다.

올리비아 파티마(25·의사)는 "나는 포르투갈 축구를 사랑한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너무 부끄럽다. 이번 패배는 감독과 선수들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 본다. 그들은 진정한 게임을 하지 않았다.남은 두 경기 가운데서는 10일의 폴란드전보다 14일의 한국전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대표팀 감독 안드레는 공영방송 RTP에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선수나 감독이 자만한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하고 "한국과의 경기는 조금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폴란드는 당연히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 초반이니 힘을 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리스본=김미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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