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권·심대평 두 후보 모두 경제분야 공약을 앞세우지 않은 게 특징이다.朴후보는 이미 점찍은 곳이 있는 듯 "1년 내 도청 이전 결정"을 첫머리에 내세운 반면 沈후보는 충청 역사문화원 설립, 충청권 지방분권위원회 구성 등 충청권을 하나로 묶는 공약을 부각하고 있다.
◇도청 이전=朴후보의 조기 도청이전 공언은 실현하기 쉽지 않은 약속이다. 도청이전이 결정되기 위해선 후보지 선정기준 마련→각계 의견 수렴→지역별 공감대 형성→후보지 선정 등 시간이 걸리는 일련의 절차가 필요하다. 이를 거치는 데만도 1년 이상이 걸린다. 여기에다 새 도청 예정지의 마스터플랜과 자금계획을 수립하는 데 상당한 기간이 더 필요하다. 더욱이 도청사 이전에 관한 권한이 모두 도지사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도청 이전을 위해서는 도의회의 결정을 거쳐야 한다. 천안시 청사 이전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이 있었듯이 주요 사안에 대한 단체장 개인의 성급한 결정은 엄청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다.
◇지방문화 육성=沈후보는 충청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충청역사문화원 설립▶문화예술진흥 5개년 계획 수립▶도립 예술의전당 건립 등을 공약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로 첨단 산업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문화개발 공약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역사적 동질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대전과 충남·북을 아우르는 충청 역사문화원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사실 충주는 신라의 역사권으로 대전·충남과는 맥을 달리한다. 더구나 정체성이 뚜렷한 백제문화권 개발이란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는 충남이 진행 중인 사업을 뒤로 미루고 충청 정신에 매달릴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여성지위 향상=朴후보가 여성을 정무부지사로 임명하겠다는 것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라는 상징적 의미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정무부지사의 역할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여성 지위향상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5급 이상의 여성 공직자를 대폭 확충하겠다는 공약도 공무원 수를 법으로 정하고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분위기에서 실현 가능성이 의문스럽다. 또 여성복지 예산을 확대하고 혼자 사는 기혼 여성에게 자녀 교육비를 지원하기 위해선 다른 부문 예산을 감축해야 하는데 朴후보는 이에 대해 분명한 언급이 없다.
◇인재 양성=沈후보는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충남 북부권에 국제영재교육 단지를 만들고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산·학·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계룡신도시에 과학기술인 휴양촌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디지털 시대가 요구하는 인적 자원 개발에 자치단체가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10여개 대학이 몰려 있는 충남 북부지역에선 협력을 이끌어 낼 만한 산업체가 별로 없다. 계룡신도시 과학기술인 휴양촌은 대덕 등지의 연구소와 그 가족을 겨냥한 공약이겠지만 특정 직업군을 위한 별도 휴양촌보다 주5일 근무제에 맞춘 '전원별장 지대'를 조성하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물류기지 육성=朴후보의 서해안 시대에 대비한 거점항만 개발 공약은 제4차 국토개발계획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 사업은 계획만 있을 뿐 추진 우선순위는 한참 뒤로 밀려 있다. 대덕연구단지와 연계한 벤처산업단지 조성, 21세기 물류기지 육성도 충남도의 신산업 육성계획에 포함돼 있지만 역시 '수요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방자치역량 강화=沈후보가 제안한 지방분권법 제정은 중앙정부의 권한인 데다 이미 지방이양추진위원회가 2003년 6월 지방이양일괄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지방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광역문제에 대한 공동 합의사항의 법적 구속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충청권광역협의회 구성은 적절한 공약이라 할 수 있다.
<공약검증단>
▶중앙일보=음성직(교통)·김정수(경제)·신혜경(도시)·박태균(복지)·강찬수(환경)전문기자,안남영·김방현 기자(전국부)
▶경실련=김학민(순천향대학교 행정학과)·이창기(대전대학교 행정학과)·조수종(충북대학교 경제학과)·이장희(충북대학교 회계학과)·황희연(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교수, 박상우(대전경실련 정책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