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전문기자.경실련 광역단체장공약검증>④ 울산시장:'울산의 미래' 비전 제시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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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울산에 출마한 후보들은 원자력발전소 추가 건설, 공무원노조 합법화, 화상 경마장 유치 등 지역 현안과 관련된 공약을 거의 공통적으로 내걸었다. 이 때문에 후보들이 내건 주요 공약은 신선함이 떨어진다. 후보들은 악취·대기오염·정리해고·주민투표 등 주로 현재의 문제에 관심을 쏟는 반면 하청공장으로 꽉 찬 울산의 특이한 산업구조를 개혁하는 장기 비전 마련에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산업구조 고도화=박맹우·송철호 후보는 모두 "석유화학·조선·자동차 등 중화학 중심의 울산 산업기반을 정보통신(IT)과 부품·소재 산업 육성으로 고부가 가치화하겠다"고 약속해 별로 차별화가 안된다. 1997년 울산시가 구상한 '21세기 울산 장기발전계획'을 참고서로 삼은 탓이다.

후보들은 재원이나 구체적 추진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비전 수준의 공약을 수년간의 행정경험(朴후보)이나 노사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宋후보)으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장기계획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위기 이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따라서 그동안의 행정여건 변화를 감안한 새로운 비전 정립에 소홀히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울산 산업구조의 특색인 '대기업+중소하청기업의 종속관계'를 혁신하기 위해 대기업은 기업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대기업이 어떤 이유에서든 정리해고를 하면 불똥은 울산시에 떨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자동차 등 울산시 주력산업의 국제화로 야기될 노동시장의 변화 등을 앞서 예측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정책 개발이 절실하다.

어떻게 하면 대기업 본사를 울산으로 옮겨 올 수 있고, 울산시 세수를 늘려 기금을 만들지 등이 실질적인 '울산 살리기' 공약이 될 것이다.

◇정리해고 저지=안승천 후보는 "파산기업 노동자들에겐 재취업과 공기업 취업을 보장할 것이며, 파산위기에 놓이지 않은 기업이 경영난을 핑계로 정리해고할 경우 기업주를 처벌한다. 97년 이후의 정리해고를 전면 재심의, 부당 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재취업시킨다"고 공약했다.

울산은 노동자 비중이 타도시에 비해 높으므로 安후보는 지역사회의 주요한 과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동부 차원의 과제를 시장이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특히 울산버스공사 등에 시가 투자하는 등 공기업을 늘리겠다는 공약은 버스업계·의회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합의와 재정 여건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할 사항이다.

◇체감환경 개선=박맹우 후보는 "공단 악취와 오염물질을 거르는 차단녹지를 조성하고 태화강에 생태공원을 만들겠다"며 공해에 찌든 도시를 푸르게 가꾸고 맑은 물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생태공원 조성 사업이 규모나 추진 방향에서 문제가 드러나 잠정 중지된 경우도 있는 만큼 태화강 공원조성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가정 오수관 부설사업과 고도정수처리 사업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새로운 공약으로 볼 수 없다. 공단 악취공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매년 5천억원씩 투자하겠다는 공약도 1천억원 정도인 울산시의 가용 재원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

◇주민 직접참여 확대=송철호 후보는 "주민대표에 의한 의회제도·대의민주주의 대신 주민투표 등 시민이 시정에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늘리고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행법엔 주민투표 규정이 없어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주민투표를 해봐야 법적 효력이 없는 여론수렴의 의미밖에 없다. 따라서 법규정 정비부터 이뤄져야 한다.

<공약 검증단>

▶중앙일보=음성직(교통)·김정수(경제)·신혜경(도시)·박태균(복지)·강찬수(환경) 전문기자, 허상천·김상진 기자(전국부)

▶경실련=박무호(울산대 불문학과 교수)·김승석(울산대 경제학과 교수)·김창선(울산경실련 사무국장)·유낙근(경상대 행정학과 교수)·김용기(경남대 사회학과 교수)·전갑생(거제경실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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