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록스 CEO 앤 멀캐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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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도산 직전까지 몰렸던 제록스가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분식회계 스캔들도 증권거래위원회(SEC)와 1천만달러의 벌금을 내는 선에서 합의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제록스는 1997~2000년에 임대한 복사기를 팔았다고 계산하는 식으로 매출을 부풀리다 적발됐었다.

전체적으론 아직 적자를 내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최근 흑자로 돌아섰다. 이같은 실적호전 뒤에는 지난해 8월 CEO에 오른 앤 멀캐히(49·사진)가 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2일 그녀의 헌신적인 회생작업이 조금씩 성과를 거두면서 회사 안팎에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0년 5월 사장으로 승진한 그녀는 그 이후 최근까지 단 한번도 주말에 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전 6시 출근해 오후 7시 전에는 퇴근하지 않는 일벌레다. 이같은 노력을 이제는 채권단과 노조도 인정한다.

CEO가 된 이후 그녀는 무자비할 정도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10만명 가깝던 인력 가운데 20%가 넘는 2만2천명을 해고했다. 잉크젯 프린터 부문을 매각하는 대신 해외 위탁생산을 확대했다. 동시에 전망이 밝은 고속 프린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제록스의 회생은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 고속 프린터 부문에선 캐논과 리코에 밀리고, 저속 프린터는 휼렛패커드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멀캐히는 복사기와 프린터 시장에서 데이터 서비스 분야로 영업비중을 점차 옮겨간다는 복안이다. 그녀는 "나는 제록스가 다시 위대해질 때까지 승리를 선언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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