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뜨거운 책사랑 절감 새해에도 변함없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콤팩트(타블로이드)판으로 새롭게 단장하면서 출간 6개월 된 책까지 신간이라는 내용의 첫 편집자 레터를 내보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9개월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혹여라도 큰 판형에 익숙한 독자들이 콤팩트판 북리뷰를 외면하지는 않을까, 솔직히 담당자로서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런데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독자들과 소통하는 공간인 ‘독자마당’에 들어오는 편지 대부분은 응원하는 쪽이었습니다. ‘책 정보를 얻기 위해 북리뷰를 보는데 그만 북리뷰에 빠져 다른 책을 읽을 시간적 여유를 찾지 못했다’는 독자의 편지가 가슴을 가장 찡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커버스토리, 더 나아가 북리뷰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책 한 권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출판계 종사자들의 반응도 항상 기자를 깨어 있게 만들었습니다.

책 관련 기사로 독자의 항의를 받아보기도 처음이었습니다. 신현림씨가 지난 가을에 쓴 ‘어찌 견디랴/이 가을을/ 사랑없이’라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지독한 사랑을 그린 소설 두 권이 재료였는데 많은 독자가 ‘40대의 불륜을 부추기느냐’‘우리 남편의 외도를 정당화하느냐’라는 식으로 항의해 왔습니다.

그런 독자들에게는 죄송하기도 하지만, 유난히 아름다웠던 지난 가을에 많은 사람들의 가슴이 비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잊고 지내는 편지에 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 공지영씨의 커버스토리,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운 J에게’로 시작한 그 편지 말입니다. 이니셜로 그 J에 해당하는 사람이 참으로 많더군요. 김형경씨의 칼럼 ‘책 vs 책’을 읽으며 기자도 인간의 심리를 다 뚫어버렸습니다. 박철화씨는 또 어떻습니까. 중앙일보 밖에서 북리뷰를 빛내 주신 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너무도 많은 독자들이 얄팍한 북리뷰를 뜨겁게 응원해 주셨습니다.

많은 문화 장르 중에서도 책은 특별한 대접을 받아왔습니다. 그 배경은 누구나 다 아실 겁니다. 출판계가 너무나 힘겨워하는 때 힘이 되어 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일본에서는 경제가 나쁠수록 책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요. 아마 새해에는 우리 출판계에 좋은 일이 많이 많이 일어나리라 믿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정명진 기자 Book Review 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