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야기로 서울서 영화감독 데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한에서 선물꾸러미를 매단 애드벌룬을 북한을 향해 띄운다. 휴전선을 넘은 애드벌룬은 북한 측이 쏜 총에 맞아떨어진다. 다행히 총탄이 빗나간 애드벌룬 하나가 북한 백두산 기슭인 양강도의 보천보리 마을에 떨어진다. 아홉달이 지난 뒤 한 북한 어린이가 우연히 선물꾸러미를 발견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로봇 등의 선물을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행복도 함께 나눈다 '.

크리스마스가 없는 지구상의 몇 안되는 나라 북한에 남한의 선물꾸러미 하나로 많은 아이가 행복해지는 것을 꿈꾸는 영화 '빨간 산타'(가제)의 줄거리다. 영화는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가 뭔지도 모르고 자란 탈북 인사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현재 촬영을 거의 마무리한 이 영화를 만들고 있는 이는 정성산(36.사진)감독. 평양 연극영화대학 영화연출학과에 다니며 조선영화촬영소 진출을 꿈꾸다 남한방송 청취 사실이 발각돼 12년형을 선고받았고, 호송 차량이 전복되는 '운명적' 사건으로 1994년 중국으로 탈북해 이듬해 한국으로 왔다. 이후 동국대 연극영상학부에 입학해 연극 '오마니'를 연출하고 드라마 '진달래꽃 필 때까지'의 대본을 썼다.

'빨간 산타'는 정 감독의 데뷔작이다. 임권택 감독의 '창'에서 연출부원으로 일했고,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 사투리 교정 등을 맡아온 그는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를 꼭 만들겠다는 생각 때문에 데뷔가 늦어졌다. 나 때문에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첫 작품만큼은 북한 사람에게 희망을 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노동당 고위간부였던 그의 부친은 그가 탈북한 뒤 수용소에 갇혔다가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남북 어린이를 잇는 징검다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내년 3월께 개봉할 예정이다.

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