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머리로만 5골 사우디 혼 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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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병기로 무장한 독일 전차군단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소나기 득점포를 터뜨렸다. 무려 8골. 비록 사우디가 약체라 하더라도 이 정도 대량 득점을 올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보통 두골 차면 완승, 넉점 차로 벌어지면 대승이라고 한다. 그만큼 축구에서 득점을 하기란 어렵다.

독일은 완벽한 세트플레이와 날카로운 측면돌파를 앞세워 가공할 득점력을 과시하며 세 번이나 월드컵을 차지했던 축구강국으로서의 명예회복을 선언했다. 클로제·발라크 등 '젊은 피'의 가세로 신·구 조화를 이룬 독일은 더이상 '녹슨 전차'가 아니었다.

양커는 '타이거 탱크'라는 별명답게 1m93㎝의 신장에서 내리꽂는 위력적인 고공 헤딩으로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 사우디 수비진을 일찌감치 무너뜨렸고, 발라크는 위협적인 측면돌파와 센터링으로 수차례 득점기회를 만들었다. 양커와 함께 수차례 사우디 문전을 두들기던 클로제는 전반 20분 왼쪽 센터링을 헤딩으로 연결, 선제골을 뽑았다. 자신의 월드컵 본선 데뷔무대에서 첫 골을 터뜨리는 순간이었다.

클로제는 5분 후 같은 위치에서 올라온 센터링을 헤딩슛, 또 한번 골네트를 흔들었고, 후반 25분에는 오른쪽 센터링을 헤딩골로 연결하며 해트트릭을 이뤄냈다.

독일은 전반 40분, 46분 발라크와 양커가 각각 한골씩을 추가, 전반전을 4-0으로 끝내며 일찌감치 승리를 결정지었다. 후반에는 신예 선수들의 활약에 보답하듯 토마스 링케(후반 28분), 올리버 비어호프(후반 39분), 베른트 슈나이더(후반 45분) 등 노장선수들이 한골씩을 추가했다.

경기 초반 수비에 치중하며 역습을 노리던 사우디는 독일의 측면돌파를 속수무책으로 허용했으며, 독일의 장신 공격수들에게 제공권까지 내줘 자멸했다.

○…역대 월드컵에서 한 경기 최다 점수차 기록은 9골이다. 모두 세번 있었다. 불명예스럽지만 한국도 속해 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한국은 헝가리와의 조별리그 2조 첫 경기에서 0-9로 대패했다.

74년 서독 월드컵에서도 9-0이 있었다. 당시 동구의 강호 유고슬라비아는 바제비치 두산의 해트트릭 등 골잔치를 벌이며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를 9-0으로 꺾어 '호된 신고식'을 받았다.

헝가리는 82년 스페인 월드컵 3조 조별리그에서도 중남미의 엘살바도르를 10-1로 무참하게 눌렀다. 그러나 헝가리는 아르헨티나에 1-4로 패하는 등 1승1무1패로 2회전 진출에 실패해 "득점의 영양가가 없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월드컵 한 경기 최다골은 12점이다.54년 준준결승에서 오스트리아는 혈투 끝에 스위스를 7-5로 이겼다.

월드컵 한 경기 최다득점 무승부도 54년에 있었다. 조별리그 4조에서 잉글랜드와 벨기에가 4-4로 비겼다.54년만 하더라도 공격축구가 득세하던 시기라 대량 득점이 많이 나올 수 있었다.

삿포로=정현목 기자, 최민우 기자

◇월드컵 역대 최다득점차 경기(9골)

1954년(스위스) 헝가리 9-0 한국

1974년(독일) 유고 9-0 자이르

1982년(스페인) 헝가리 10-1 엘살바도르

◇월드컵 역대 최다득점 경기(12골)

1954년(스위스) 오스트리아 7-5 스위스

◇월드컵 역대 최다득점 무승부 경기(8골)

1954년(스위스) 잉글랜드 4-4 벨기에

1962년(칠레) (구)소련 4-4 콜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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