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컨은 인간과 자연을 연결해 주는 상징적인 고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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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호 04면

원유 유출 사고로 인해 기름에 뒤덮인 펠리컨들. 국제조류구조리서치센터에서는 기름에 노출된 펠리컨들을 구조해 기름을 제거한 뒤 소독·치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조류구조리서치센터(IBRRC) 제이 홀컴(사진) 디렉터는 기름 유출로 피해를 본 갈색 펠리컨 재활을 위해 북가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루이지애나주까지 왔다. 긴급조류재활센터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중간중간 “갈색 펠리컨은 꼭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조류구조리서치센터(IBRRC) 제이 홀컴 디렉터

-갈색 펠리컨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원유 유출 사태 전부터 갈색 펠리컨은 수십 년간의 복원 노력 끝에 멸종 위기에서 살아남은 상징적 동물이다. 인간과 자연의 연결고리인 것이다. 기름을 뒤집어쓴 끔찍한 모습의 펠리컨이 언론에 보도되며 원유 유출 재앙의 심벌이 됐다. 또한 루이지애나주에서 펠리컨은 주기(州旗)에도 그려져 있는 주조이기도 하다.”

-DDT에 이어 또다시 갈색 펠리컨은 멸종 위기에 놓인 것인가.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1972년 DDT 사용 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이 갈색 펠리컨 복원에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기름 유출 사태로 인해 기름 사용이 금지되는 일은 없지 않겠나. 우선 멕시코만에서 유출되고 있는 기름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펠리컨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빨리 갖춰지느냐에 달렸다. 물론 그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름 유출 사고 이후 펠리컨이 사라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구조된 펠리컨들도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많아 앞으로가 더 문제다. 원유 유출 지역에 남아 있는 새끼 펠리컨들도 위험하다. 정확한 펠리컨 사망 숫자는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일이 세고 싶지 않다.”

-구조된 펠리컨의 재활 과정은.
“일단 기름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기름때를 벗겨낸다.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7~10일 정도의 회복 기간 동안 지켜본다. 괜찮다고 판단되면 오염 지역이 아닌 곳에 풀어준다.”

홀컴 디렉터는 갈색 펠리컨의 위기를 강조했지만 멕시코만은 펠리컨 말고도 멸종 위기에 놓인 희귀 해양생물의 보고다. 그런데 기름 유출로 수많은 희귀 어류와 야생동물이 희생되고 있다. 한 집계 자료에 따르면 원유 유출 사고 73일째인 7월 1일 현재 조류 1248마리, 바다거북 441마리, 포유류 52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기름에 노출됐던 조류 881마리, 바다거북 102마리, 포유류 2마리가 구조돼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해양학자들은 이것은 눈에 띈 것일 뿐이고 기름 피해 지역이 방대해 죽은 동물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죽은 동물 가운데 다수는 해저로 가라앉거나 다른 해양생물에게 먹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거북은 원유 유출 최대 피해 동물 중 하나다. 전 세계 7종의 바다거북 가운데 5종이 멕시코만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이 지역에만 서식하는 희귀 바다거북인 켐프스 라이들리는 이미 200마리 이상이 죽은 채 발견돼 멸종을 걱정하는 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해양 생물이 기름에 노출돼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 연방해양대기청(NOAA)은 멕시코만에 서식하는 유일한 멸종 위기 해양 포유류인 향유고래의 사체 발견 사실을 공개했다. 기름 유출 피해 동물 수는 웹사이트(dailydeadbird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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