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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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샘 치러 나가 볼까 합니다.

그저 물 위의 나뭇잎이나 건져 내려구요

(물이 맑아지는 걸 지켜볼는지도 모르겠어요).

오래 안 걸릴 거예요. 같이 가시지요.

엄마소 옆에 있는 어린

송아지를 데리러 가려구 해요. 너무 어려서

엄마소가 핥으면 비틀거리지요.

오래 안 걸릴 거예요. 같이 가시지요.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목장' 정현종 역

송아지 육질은 어미소보다 낫다. 예릿예릿하게 씹히는 그 살맛은 녹차로 치면 '우전'에 해당하고, 알 속의 병아리를 삶는다는 베트남 요리 그것도 괜찮은 밥상이다. 뭐 그리 끔찍할 건 없다. 상치나 배추의 여린 싹을 보고 군침이 돌 때, 상추나 배추의 여린 싹이 그걸 안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되도록 안 보는 게 낫다. 꼭 보아야 한다면 되도록 투명하게 보는 것이 좋다. 구역질이 날 때 혀 밑에 고이는 침은 얼마나 맑던가. 그러나 투명하게 바라볼 수 없다면 뼈다귀를 곤 보얀 국물처럼 볼 일이다. 쌀뜨물보다 뽀오얀 그 국물을 오래 바라다보면 삶에도 평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성복<시인>

◇필자약력=▶1952년 경북 상주 출생▶77년 문학과 지성으로 등단▶78년 서울대 불문과 졸업▶『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남해금산』 등 시집▶현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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