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젊음 2題>일본에선 나 홀로'방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일본 도쿄(東京)의 주부 아베 아키코(阿部明子)는 지난 6년간 한 지붕밑에 살면서도 아들과 함께 식사를 한 기억이 없다.

올해 25세인 아들은 부모가 자는 밤에 거실에 나와 TV도 보고 음식도 먹는다."싱크대에 놓인 빈 그릇을 보고 한집에서 살고 있구나 하고 확인한다"며 아베는 한숨을 쉬었다.

사회와 가족과의 접촉을 기피하고 자기방에서 두문불출하는 '방콕족(방에 콕 박혀 있는 종족이라는 뜻)'이 일본에서 급증하고 있다.

일본어로 '방에 틀어박히다' '뒤로 물러나다'라는 의미의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로 불리는 이들은 6개월 이상 다른 사람과 말도 안하고 혼자 생활하는 젊은이들이다.

가족을 피해 낮에는 자고 밤에 올빼미처럼 일어나 TV나 비디오를 보고, 인터넷 서핑 등을 한다.식사는 가족이 차려 둔 음식을 한밤중에 찾아 먹거나 손수 간단히 요리해 먹지만 대개는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운다. 직업은 물론 없다.

경기침체가 시작된 1990년대 초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방콕족은 현재 1백만명에 달한다.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4년씩 틀어박혀 지내지만 개중에는 10년 넘게 이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30일 이같은 현상에 대해 "장기적인 경기침체 이후 고도성장을 지탱해온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간의 적응력 차이가 이런 형태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파라사이트 싱글(성인이 된 뒤 결혼도 않고 부모에게 얹혀 사는 젊은이)과 더불어 젊은이의 사회 부적응 현상으로 꼽히는 방콕족을 없애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무리 "돈 벌어오라"고 등을 떠밀어도 일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박소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