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에 '피아니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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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예년보다 출품작 수준이 크게 올라갔다는 평가를 받은 올 칸 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로만 폴란스키(폴란드)의 '피아니스트'가 차지했다. '피아니스트'는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유대인 학살을 피해 게토 지역에 살면서 겪는 좌절과 공포, 예술적 성취를 향한 집념을 그렸다. 실존 인물인 피아니스트 스필먼의 자서전을 영화화했다.

심사위원 대상은 아키 카우리스마키(핀란드)의 '과거 없는 남자'에게 돌아갔다. 이 영화의 카티 우티넨이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장 피에르·뤽 다르덴의 '아들'(프랑스)에서 열연한 올리비에 구르메가 탔다.

이번 영화제의 최대 화제작으로 꼽히는 엘리아 슐레이만(팔레스타인)의 이·팔 분쟁을 풍자적으로 그린 블랙 코미디 '신의 개입'은 심사위원상을, 46년 만에 다큐멘터리로서는 처음으로 경쟁작이 된 마이클 무어의 총기 소지 문화를 비판하는 내용의 '볼링 포 컬럼바인'(미국)은 '제 55회 영화제 특별상'을 각각 받았다.

이처럼 올 칸은 지역적·문화적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부터 한국까지, 다큐멘터리부터 예술가 영화까지 수상작을 안배한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수상작 대부분이 각국의 문화적 정서나 역사적 경험을 내포하고 있어, 향후 칸의 선택을 짐작케 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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