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雲> KT - SKT株 매집 등 강경카드 모색중 SKT - "경영권 관심없다" 일단 시간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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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KT 민영화 과정에서 SK텔레콤(SKT)이 KT의 최대주주로 부상하며 불거진 정부·KT와 SK그룹의 갈등이 커가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KT가 SKT의 KT 지분(11.34%)을 KT의 SKT 지분(9.27%)과 맞교환(스와핑)하자고 제의했으나 SK측은 반대하고 있다. 반면 SK그룹은 SKT가 교환사채(EB)로 확보한 지분 1.79%만큼은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엔 KT가 반대하고 나섰다.

그동안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던 정부도 SK그룹이 KT의 최대주주로 계속 남아 있을 경우 전기통신사업법·공정거래법·상법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SK텔레콤을 굴복시킨다는 강경 입장으로 선회해 사태는 점점 악화하고 있다. KT 역시 "SK텔레콤에 의한 통신시장 독점은 KT 민영화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며 "깜짝 놀랄 만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부의 강경 대응=정통부는 표면적으론 "SKT의 지분 매입에 법적 하자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속으론 '어느 한 곳도 5% 이상 지분을 갖지 못하게 황금분할을 하자'는 정통부의 정책을 어긋나게 만든 SK에 큰 반감을 갖고 있다. 정통부 공무원들도 이를 숨기지 않는다.

양승택(梁承澤) 정통부장관이 지난 25일 KT의 최대주주가 된 SK텔레콤에 대해 "KT의 2대주주 이하가 될 때까지 KT 주식을 조속히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도 "SK텔레콤이 KT 지분을 획득한 데 대한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경쟁제한성이 분명할 경우 처분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KT의 '놀랄 만한 대응책'=일단 주식 맞교환을 원하고 있다. 자사의 SKT 지분 9.27%와 SKT 지분 11.34%를 서로 바꾸자는 것이다. 시가총액도 비슷해 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SKT가 주식 맞교환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쉬운 방안은 KT가 현재 확보하고 있는 SKT 지분(9.27%)에 약간의 지분을 더 사 지분을 10%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 경우 상법(369조)의 상호보유주 의결권 제한 규정에 의해 SK텔레콤은 KT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KT의 내부 정서는 이 이상으로 압박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대세다. 이를 위해 그룹 오너 최태원씨가 회장으로 있는 SK㈜의 주식을 매집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SKT의 최대주주(26.8%)이자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의 지분 인수는 SK그룹에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줄 것이란 계산이다. 이밖에 KT 임직원들이 SK텔레콤을 매집함으로써 소액주주로서 SK텔레콤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 등도 거론되고 있다.

◇SK그룹의 속내=최태원 SK㈜회장·손길승 SK그룹 회장 등 그룹 수뇌부들은 연일 "KT의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재계의 반(反)SK 정서 확대와 정부의 강경대응에 무척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KT 지분 11.34%를 모조리 처분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확보한 주식을 정부와 KT에 밀리듯 처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SK의 대정부 혹은 통신사업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EB 1.79%만 매각하겠다는 제의도 이런 의미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SK그룹이 장기적으로 정부와 KT에 계속 대립하면서까지 최대주주 자리에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룹에 이익이 되고 그룹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룹 수뇌부들이 "KT지분을 매입한 이유가 곧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는 점도 시간 늘리기를 통해 명분을 얻자는 것이란 시각이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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