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댐이 샌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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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한국원자력연구소 RI·방사선응용연구팀장인 진준하 박사는 남북한이 금강산댐의 누수 여부를 공동 조사한다면 방사성 동위원소를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하면 댐의 누수 여부는 물론 누수 속도·지점을 1백%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방사선을 내는 물질. 원자로나 방사광가속기에 방사선을 발산하지 않는 물질을 넣은 뒤 중성자나 미립자를 충돌시켜 원자핵 구조를 바꿈으로써 만들어진다.인이나 탄소·나트륨·홀륨·코발트·세슘·요오드·금 등 인공 방사성 동위원소는 수십가지에 이른다.

이런 방사성 동위원소로 어떻게 댐의 누수를 찾아낼 수 있을까.

진박사는 "물감을 물에 풀듯 댐 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뿌린 뒤 댐 하류의 물에서 그 방사성 동위원소를 찾아내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댐 바깥쪽에서 솟아오르는 물에서 이 물질이 검출되면 댐이 새는 것이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뿌린 뒤부터 검출되기까지의 시간을 재면, 누수에 걸리는 시간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금 화합물로 만든 방사성 동위원소는 흙에 잘 달라붙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새는 지점을 찾는 데 용이하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검출하는 장비는 10억분의 1g 정도의 극미량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정밀하다. 따라서 거대한 댐의 물에 소량만 풀어도 된다.

인도네시아는 이런 방법을 써 엔간카르댐의 누수를, 중국은 나우후댐의 누수를 조기에 발견해 보수하기도 했다.

댐 누수 탐지에 사용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는 반감기가 짧아 며칠 또는 수주일 뒤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리듐131의 반감기는 8일, 브롬82는 1.5일, 금198은 2.7일에 지나지 않는다. 반감기는 방사성 물질의 방사선 방출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 한국원자력연구소의 경우 이런 방사성 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를 갖추고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댐 누수 뿐 아니라 송유관이나 화학공장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박경배 박사는 "수백㎞에 달하는 송유관에서 기름이 새는 지점도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하면 간단하게 찾을 수 있는 등 응용분야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朴박사는 처음으로 간암 방사선치료제를 개발하기도 했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이외에 식품의 살균, 농작물 신품종 개발, 고미술품의 감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한 때 공포의 대상이었던 방사성 물질이 각 분야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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