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테러 경고… 美 불안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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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에서 추가 대형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

"9·11 테러에 대한 정부의 사전 대응이 신통치 않았다"는 비난이 높아가는 가운데 공개되는 고위 당국자들의 잇따른 경보는 미국인들을 또 다시 테러의 악몽으로 몰아 넣고 있다.

◇걱정거리 된 자폭 공격=미 연방수사국(FBI)의 로버트 뮐러 국장은 20일 "테러 공격이 다시 발생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스라엘이 당한 것과 같은 자살폭탄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FBI 요원들이 광신적인 테러리스트 집단에 침투한 뒤 정보를 빼내는 작업이 어려워졌다"며 테러 사전예방이 불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 전날에도 딕 체니 부통령은 "팔레스타인식의 자살폭탄 공격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기차 등 대중교통이 목표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자살 테러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헤즈볼라·지하드도 우려 대상=미국 상원 정보위원회의 밥 그레이엄 위원장은 20일 NBC·CNN방송에 출연, "3~5년 안에 알 카에다 이외의 다른 이슬람 테러집단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며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이집트의 이슬람 지하드를 꼽았다.

그는 "최근 25명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미국에 들어와 잠적했다"며 "이들이 어디서 테러를 저지를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된 알 카에다 포로들의 진술 등을 종합한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ABC방송은 이날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지난 3월 레바논에서 헤즈볼라·하마스 요원들과 비밀리에 회동, 미국과 영국을 합동 공격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는 첩보를 FBI가 입수했다"며 "이들 3개 조직원의 협력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플로리다주 올랜도시는 지난 주말 상수도원에 대한 테러 위협을 받고 경비 강화에 나섰다.

◇의심받는 테러 대응력=불안이 가중되면서 미국인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ABC방송이 지난 주말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8백3명 대상)에서 52%가 "정부는 앞으로 발생할 테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9·11 이후 절반이 넘는 미국인들이 정부의 대테러전 수행 능력을 의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정부는 잇따른 경고에도 불구하고 테러 경보 체제의 수위를 높이지 않고 중간 태세인 황색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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