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대량살상무기 개발도 의혹" 美, 北에 포괄적 변화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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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란·이라크 등 7개국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한 미국의 2001년도 세계테러유형 보고서는 미국의 9·11 테러 충격이 반영된 '테러보고서의 9·11 버전(version)'이라 할 수 있다.

테러지원국을 지정하면서 보고서는 "모든 나라는 미국편 아니면 테러리스트 쪽에 설지 결정하라"고 요구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9·11 직후 의회 연설로 시작하고 있다. 이같은 9·11 정서는 북한 부분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1년 전의 2000년도 보고서는 북한에 대해 1970년 요도호 납치 주범인 일본 적군파 보호와 필리핀 테러단체에 대한 무기제공 의혹만을 거론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9·11 이후 북한의 미흡한 대테러조치는 물론 소극적인 북미협상·남북대화 태도와 핵·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까지 포괄적으로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유엔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대테러조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거론하면서 결론적으로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especially troublesome)"이라고 못박았다.

이번 보고서로 북한은 '채점'을 받는 과목수가 부쩍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더욱 많이 쌓이게 됐다. 북한이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북한은 그동안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 왔다. 북한은 클린턴 정부 말기인 2000년 10월 '국제테러에 관한 북·미 공동성명'에서 테러 반대 입장을 밝혔다. 부시 정부에 들어와서는 9·11 테러 직후에 '테러자금 조달 억제에 관한 국제협약'과 '인질억류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 등 2개 반테러 조약에 동참했다. 북한이 수년 동안 테러에 개입한 흔적이 없다는 것은 미국도 인정하고 있다.

보고서가 잭 프리처드 미 대북협상특사의 방북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일단 북한이 반발 성명을 발표하고 방북 협의를 늦출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테러보고서가 매년 나오는 것이고 테러지원국 재지정도 예상됐던 것이어서 의미있는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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