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평 독방서 성경·『한강』등 읽어 이희호 여사 "식사 잘해라" 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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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김홍걸씨는 독방에서 기도와 독서를 하며 차분하게 지내고 있다고 법무부가 밝혔다.

법무부측은 "홍걸씨가 구치소에 수감된 18일 밤에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19일 아침과 점심 식사를 제대로 못했지만 비교적 잘 적응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홍걸씨는 19일 구치소 일과에 맞춰 오전 6시30분쯤 기상해 낮에는 주로 찬송가가 합본된 성경과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한강』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일요일 종교행사에는 미결수 신분이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홍걸씨는 이날 구치소가 제공한 미역국·감자조림·배추김치 등 아침밥을 두 숟가락 정도 뜨다 말았으며, 대신 매점에서 우유 3개와 빵 2개를 신청해 이중 우유 1개를 마셨다. 점심 때는 석가탄신일 특식으로 닭백숙이 나왔지만 절반도 먹지 않았다.

홍걸씨의 수인번호는 3750번. 그가 수감된 방은 좌변기와 세면대가 설치된 2.17평짜리. 원래 독방은 1.1평 크기지만 신변보호 목적과 1997년 수감됐던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의 전례에 따라 3인용짜리에 혼자 수감됐다. 홍걸씨가 수감된 방은 현철씨가 수감됐던 방의 네번째 옆 방이다.

일요일에는 변호인 접견이 되지 않는 데다 가족 면회도 없어 19일 하루종일 수용실 안에서 책을 읽거나 기도를 하며 지낸 홍걸씨는 수감 직전 변호인인 조석현 변호사에게 다산 정약용의 사상이 담긴 『목민심서』와 추사 김정희의 삶과 예술세계를 다룬 『완당평전』 등을 넣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걸씨는 또 검찰 조사를 받으며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자신 때문에 건강을 해치지는 않았는지 많이 걱정했으며 미국에 있는 부인과 두 자녀의 소식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고 曺변호사가 전했다.

특히 이희호 여사로부터 "건강해라. 식사 잘 해라"는 말을 전해듣고는 감정이 복받친 듯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李여사는 홍걸씨에게 성경을 읽으며 심정을 가다듬기를 당부했으며 속옷과 셔츠를 曺변호사 편에 보내주었다.

홍걸씨는 18일 오후 9시20분쯤 서울구치소에 도착해 신체검사, 수의지급, 수용생활 안내 등 통상 절차를 거쳐 오후 10시10분쯤 입실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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