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웨인 '서부극 영웅이 되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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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서부영화의 영웅 존 웨인(사진)의 출연작이 꽤 많이 출시되고 있다. 존 포드 감독의 '꿈속의 낙원''수색자''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를 비롯해 하워드 혹스의 '레드 리버''엘도라도', 헨리 하서웨이의 '서부의 4형제''진정한 용기'등이다.

기존의 비디오 출시작을 더하면 존 웨인이 출연한 대표적인 서부극은 거의 다 볼 수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한 서부극도 모두 DVD로 나와 있으니, 서부극 팬이야말로 DVD 혜택을 가장 많이 보는 셈이다.

여기에 존 웨인의 초기작 네편이 '존 웨인 걸작선'(18세·씨넥서스)으로 묶여 두 개의 디스크로 선보였다.

1933년작인 '라이더스 오브 데스티니'와 '세이즈브러시 트레일', 1934년작인 '더 스타 팩커''맨 프롬 유타'로, 각기 50여분 길이의 서부극이다. 1929년에 데뷔한 존 웨인은 1939년 존 포드에게 발탁되어 '역마차'로 유명해지기 전까지 B급 서부극을 50여편 넘게 찍었다. 소규모 영화사에서 짧은 시간 내에 대량 생산해낸 이 중편 길이의 서부극 덕분에, 존 웨인은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멋진 서부 영웅상을 다듬을 수 있었다. 위의 네 작품을 보면 그 과정을 짐작할 수 있다.

개척자들의 목장을 차지하려는 악당이 지역 유지로 행세하며 총잡이를 고용하고 수로를 막는다. 보안관마저 번번이 죽음을 당하자 목장주들은 워싱턴으로 사람을 보내 치안 유지를 호소한다.

이때 키 크고 총 잘 쏘는 젊은이가 나타나 주민을 돕는다. 악당의 정체를 밝혀낸 잘 생긴 젊은이는 보안관이 되고,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하여 정착한다.

네 편 모두 이 줄거리에 약간의 변형을 가했을 뿐, 촬영 장소마저 똑같다. 달리는 마차와 말 위로 몸을 날리고, 기타를 치며 노래까지 부르는 존 웨인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와 캐릭터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워낙 오래 전 작품이라 화질과 사운드는 비디오 수준이나, 여간해선 보기 힘든 존 웨인의 초창기 서부극이라는 데서 위안을 찾아야할 듯. 존 웨인과 공연한 배우 소개, 존 웨인에 관한 퀴즈가 부록으로 들어있다.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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