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교통사고 보험금 1억 장학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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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학교에 대한 고인의 사랑을 생각하면 교통사고로 받은 보험금은 제자들을 위해 쓰는 게 당연합니다."

1998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광남(金光男·당시 58세) 전 서울대 치과대학장의 유가족이 교통사고 사망 보험금 1억원을 이 대학에 장학기금으로 냈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부인 김정자(金貞子·62·남정치과 원장·(右))씨는 지난 1월 치대 내 교육연구재단(이사장 鄭鐘平치과대학장·(左))에 '김광남 특정장학금'을 맡겼다.

고인은 98년 11월 오전 동료 교수들과 야유회를 다녀오던 중 눈이 내린 중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32중 연쇄 추돌사고로 숨졌다. 김학장은 32번째 차에 타고 있었다.

남편과 대학 동기동창인 金씨는 "95년부터 3년반 동안 학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학의 연구·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발전기금 모금에 매달렸던 고인을 생각하면 보험금은 남은 가족들의 몫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그분은 가족과 함께 식사하거나 사진을 찍은 적이 없을 정도로 학교 일에 몰두했다"고 회상했다.

치과 보철학의 권위자였던 고인은 학장 취임 당시 3억여원에 불과했던 발전기금을 20억원 이상으로 확충, 학생들의 장학금 지원을 확대하고 교수진의 연구환경을 개선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병원 재정으로 교수를 채용하는 기금교수제도를 확대 실시했다. 96년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사는 정신대 할머니들을 찾아 치료봉사를 했고, 무료로 틀니를 만들어 주었다.

배광식(裵珖植) 치대 부학장은 "1억원의 발전기금을 일시불로 완납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유가족의 뜻대로 대학원생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65년 서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76년 교수로 부임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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