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삼성전자 623억 순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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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외국인들이 모처럼 주식을 사들였다. 14일 외국인들은 보름간 계속해 온 순매도 행진을 멈추고 1백5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많은 양은 아니었다.

그러나 하루 1천억~2천억원에 달하던 외국인 매물 홍수가 드디어 잠잠해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면서 주가는 크게 올랐다.

<그래프 참조>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15.48포인트(1.88%) 상승한 837.37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0.03포인트(0.04%) 오른 76.66을 나타냈다.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돌아선 것은 역시 미국 증시의 반등 덕분이었다. 뉴욕 증시는 13일 하반기부터는 D램 반도체 값이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과 함께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의 실적이 예상치를 웃돈 것으로 나오면서 기술주들을 중심으로 주식값이 상승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9%나 뛰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 데이터퀘스트는 이날 하반기부터 반도체시장 규모가 다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업체들이 가격안정을 위해 공급조절 협의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28메가 SD램값은 3% 가량 상승했다.

외국인들은 14일 삼성전자를 6백23억원어치 순매수해 워버그 쇼크에서 벗어난 모습이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2만2천5백원(6.7%)이나 오른 35만8천원을 기록했다.

하이닉스도 6.8% 상승했고, 신성이엔지·미래산업·디아이 등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주가도 일제히 뛰었다.

외국인들의 순매수 전환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도 정보기술산업 전망에 자신감을 갖지 못해 작은 재료에 일희일비하고 있다"며 "외국인들의 순매도 흐름이 마무리됐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올들어 외국인들은 종합주가지수 800포인트, 삼성전자 35만원을 분수령으로 그 위에선 매도에 치중하고 아래선 매수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당분간 이런 패턴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화증권 조덕현 연구위원은 "외국인들 사이에도 사자 팔자 공방이 치열해 14일 5백억원을 넘었던 순매수 규모가 장 마감 때는 1백56억원으로 줄었다"면서 "외국인들의 '저가매수 고가매도' 패턴에 따라 종합지수는 당분간 780~850의 박스권을 맴돌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키움닷컴증권 안동원 이사는 "조금 길게 보면 우량주를 사모아 2차 상승 장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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