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후보 관훈토론>: "지방선거후 재신임 발언유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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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DJ 탈당 마음속으로 감사

◇대통령 아들 문제

-세 아들 문제에 대한 후보의 입장은 '야박하게 대통령과 차별화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아들 문제의 본질은 권력비리다. 아들 비리 의혹의 최종 책임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 시각인데 동의하나.

"대체로 언론과 국민의 판단에 동의한다. 다만 내가 나설 거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미 대통령이 사과해 검찰 수사의 장애를 제거했다. 굳이 민주당 후보까지 나서서 '나 깨끗합니다, 이분들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입니다'고 하지 않아도 탈이 없겠다 싶어 말을 아끼고 있다."

-'야박하다'는 접근자세는 3金의 영향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 DJ세력에 잘 보이려는 계산 아닌가.

"설사 계산속이 보이더라도 궁극적으로 옳으냐 그르냐로 판단하면 된다. 굳이 차별화란 이름을 통해 관계있는 것을 없다고 우기는 행위가 책임있는 자세인가. 차별화라는 식의 속임수 비슷한 것은 하지 않겠다."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은 아들 비리 의혹으로 들끓는 여론으로부터 후보를 보호하려는 것이란 시각이 있다.

"대통령이 탈당하는 것으로 나와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고, 대통령이 책임질 일이 나와 완전히 분리될 것이라고는 생각 안했다. 실제 별로 득이 안되는 것 같다. 당 지지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보면 부담은 내가 짊어지고 가는 것 아니냐. 그러나 득실을 떠나 마음 속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金대통령과 아예 절연하고 민주당 간판을 내리고 신당을 창당하자는 방안이 있는데.

"깜짝쇼처럼 당명을 바꾸고 실속없이 모양만 바꾼다고 되지는 않는다. 인기만회 전략으로 몇가지 개혁하는 척 이름만 바꿔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민주당의 개혁적인 사람들과 함께 달라진 정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답이지, 정당을 이합집산하고 이름을 바꾸고 하는 방식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개혁적 세력과 결합해나갈 것

◇정계개편

-DJ정책은 지지하고,YS정책은 비판하면서 정책 중심의 정계개편을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치는 정치적 세력과 논리가 함께 움직이더라. 세력은 결국 사람이다. 1987년 야당의 분열은 정치적 과오다. 논리로만이 아니라 사람들간의 감정의 벽, 응어리를 풀어내야 한다. 하나로 합쳐야 한다."

-90년의 3당 합당을 단순한 과오라고 한 정도가 아니라 후보는 반(反)역사·반민주적이라고 했다.

"그렇다. 심지어 YS의 3당합당은 변절이고, DJ의 국민회의 창당은 실책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그 정도의 과오라고 할지라도 법통은 있는 것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중엔 3당합당을 비난하다가 경선이 끝난 후엔 YS에 깍듯이 절했다. 후보의 이미지가 혼란스럽다. 국민이 후보에게 박수친 것은 실리보다 원칙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인제(仁濟)후보를 경선 때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했는데 도덕적 비교우위가 허물어진 것 아닌가.

"3당합당은 역사적 과오임에 틀림없다. YS가 대통령 안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훼방도 많이 놨다.(이인제씨의 3당합당에 대한)적극적 협력에 대해선 대통령으로서 결격사유라고 비판한 것이다. 그 역사의식을 갖고 또 대통령 되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YS가 여생을 한국 정치가 긍정적 방향으로 가도록 하면 좋지 않나. 노무현 등도 두드려주고 민주세력의 구심으로서 도와주는 것은 YS의 의무라고 생각해 청을 드렸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의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의 공조 움직임도 정책중심 정계개편이라 할 수 있나.

"연대는 합당과 다르다.민주세력이 주도해 나가고 정치적 질서 자체의 중심을 잃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합당이 아닌 연대를 하는 것이다.현실과 타협하는 게 정치다."

-JP와의 합당이 가능한가.

"합당은 없다. 그 점에 있어서는 반대하고 있다."

-신민주대연합이란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했는데.

"민주대연합을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새롭게 성장한 많은 개혁적 세력과 미래지향적 세력 결합하겠다. 맨날 과거 민주운동하던 사람끼리만 할 순 없는 것이다. 앞으로 완성시켜 나갈 과제라고 생각해 김영삼 대통령께 도움을 계속 받을 생각이다."

-지방선거에서 부산·울산·경남 세곳 중 한 곳도 안되면 재신임받겠다고 했는데 후보선출을 다시 한다는 뜻인가.

"(그 말은)유효하다. 이기겠다. 그러나 대답을 회피하진 않겠다. 재심판받겠다. 방법은 당에 맡기겠다. 당이 우습지 않게, 적절한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해방 후 역사관

-지난해 11월 안동시민학교에서 '해방 후 남북에 미국과 소련을 등에 업은 분열세력이 각기 득세했다'고 말했는데 유엔은 한국을 한반도의 유일합법정부로 인정했다.

"유일합법정부이지만 주도세력은 분열세력이 틀림없다.(그 두가지 말이)양립되지 말라는 법 있나."

-남북한을 등가(等價)로 보는 것인가.

"다른 면의 차별과는 별개로 분열이란 측면에선 비슷하다. 제가 민주당 후보이며 YS와 화해하려는 마당에도 양金을 분열세력이라고 한다. 법통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합법성·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과 같이 본 것은 아니다."

-金대통령은 6·25를 통일시도 전쟁이라고 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북한이 남침해 통일하려 했다. 그러나 가치를 부여하면 적화통일이 통일이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월남이 통일했다. 무력통일이다. 그럼 통일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나. 가치를 부여하려 하지 말고 사실을 사실대로 보면 된다. 김일성 북한 정권 입장서 통일하려 한 거다. 사실로서 받아들이면 된다. 전제에 있어 제가 대한민국의 법통과 정통성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지 않은, 신념이 이상한 사람이란 전제로 질문이 나오지만 적절치 않다. 나는 대한민국 판사를 지냈고 국회의원·장관을 한 사람이다. 대통령 발언과 싸잡아 사상검증을 하려 하면 얘기하기가 짜증스럽다."

-사상검증이 아니다. 후보의 말에 그런 느낌이 있다.

"해방 이후 역사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아픈 과거, 또는 아쉬운 과거로 평가하고 있다. 남북간 국민고통 이루 말할 수 없으니 앞으로 분열하지 말고 통합해 나가자, 그래서 중도통합이 인기있는 것 아니냐."

흡수통일 안된다는 원칙 중요

◇남북관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3단계 통일 원칙을 지지한다고 했다. 3단계 통일론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잘 외우지 못하고 있다. 근본틀은 대화로 해결하고 흡수통일은 안된다는 몇가지 원칙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려연방제에 대한 견해는.

"깊이 이해하고 있지 않다. 북한이 대남 적화통일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관념적인 주장이고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국제사회와 한국 내 인식이다. 가능하지 않은 것을 가능하다는 전제로 연방제를 해석하고 매달릴 이유가 있나."

-'통일 이후 체제를 자유민주주의로 해야 한다는 등의 소모적 체제 논쟁은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통일된 체제는 자유민주주의가 될 수밖에 없다.필연이다. 북이 아니라고 우기고 흡수통일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데 쓸데없이 우리식으로 통일된다는 주장을 할 필요가 없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1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패널리스트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문창극 관훈클럽 총무.

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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