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이나 '그걸'참겠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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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혈기방장한 20대 젊은이가 40일 동안 금욕 생활을 하기로 결심한다. 더군다나 이 젊은이는 틈날 때마다 클럽의 여자들을 유혹, 침대로 직행하는 '원나잇 스탠드'를 수 차례 경험한 바가 있다. 과연 그는 온갖 장애물을 통과하고 '성스러운'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조시 하트넷 주연의 '40데이즈 40나이츠'(사진)는 미국 젊은이들의 성생활과 사랑에 얽힌 크고 작은 소동을 그린 전형적인 미국식 섹스 코미디다. 총각 딱지를 떼기 위해 몸부림치던 고등학생들을 다뤘던 '아메리칸 파이'의 성인판이라고나 할까. 애플 파이로 자위 행위를 하던 '아메리칸 파이'보다 성과 관련된 유머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고 그만큼 웃는 횟수도 잦아졌지만, 거기에 비례해 지나치게 성이라는 주제에 집착하는 데서 비롯된 비현실성도 커졌다는 인상이다.

매트(조시 하트넷)는 사귀던 여자친구한테 차이고 난 뒤 마음의 평정을 되찾고자 금욕을 결심한다. 그의 회사 친구들은 인터넷에 그가 약속을 깨고 섹스를 하는 날짜를 맞추는 내기 사이트를 만들고 여성 동료들은 노골적으로 그를 유혹한다. 온갖 방해 공작에도 꿋꿋하던 매트가 결정적으로 흔들리는 건 이상형의 여인 에리카(샤닌 소사먼)를 만나게 되면서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40일 금욕'때문에 에리카와 매트는 여러번 애정의 위기를 겪게 된다.

영화는 '40일'을 향해 무섭게 돌진한다. 매트가 피해야 할 덫은 비아그라를 넣은 음료수부터 엉덩이를 복사한 종이를 건네주며 '은밀한 유혹'을 제안하는 여성들까지 촘촘하게 쳐있다. 매트의 형을 신부로 설정해 형제가 나누는 고백 성사 장면을 여러번 집어넣음으로써 영화는 매트의 금욕이 예수가 40일간 광야를 떠돌며 마귀를 물리친 험난한 여정에 결코 못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쌓여가는 욕구를 참다 못해 피폐해지는 매트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지만 마침내 40일이 됐을 때 관객이 느끼는 해소감은 매트의 그것에는 한참 못 미친다. 설득력을 지니기 위해 영화가 동원한 방법들이 지나치다는 인상이 들면서 몰입을 방해받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간의 3대 기본 욕구 중 하나라지만 도대체 미국의 젊은이들은 왜 그렇게 섹스에 집착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과 더불어. 17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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