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는데 땅이 없다" 유통업체들 부지 확보戰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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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돈은 있는데 살 만한 땅이 없다."

유통업체들이 땅 구하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2005년까지 할인점만 매년 10~20개씩 출점한다는 계획을 잡아놓았지만 웬만한 입지에는 경쟁업체가 이미 자리잡고 있는 등 적정 부지가 고갈됐기 때문. 여기에 최근의 땅값 상승으로 수익성 있는 부지 찾기가 더욱 어려워져 업체들의 '숨겨진 땅 찾기' 경쟁이 가속되고 있으며 각종 묘안도 속출하고 있다.

◇유통업체 땅 찾기 경쟁=롯데 마그넷은 최근 일반인들을 상대로 부지추천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현재 26개인 점포를 2005년까지 80여개로 늘릴 계획이지만 확보된 부지는 목표치의 절반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부지 매입 후 개점까지 2년 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10여명의 전문인력으로 부지매입팀이 구성돼 있으나 3천평 이상의 부지에 20만~30만명의 배후 인구가 있는 적정부지를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게 업체측 설명이다. 일반인들이 추천한 부지가 채택될 경우 땅 매입가의 일정 부분을 추천인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마그넷 관계자는 "업체간 신규점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매입 루트를 다양화해 지방의 알려지지 않은 땅을 찾기 위한 전략"이라며 "하루 20여건의 추천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경우 부지물색과 매입을 전담하는 인력만 30여명. 특히 영국 본사의 부동산 전문팀원 5명 중 2명이 한국에 상주하며 입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대형슈퍼·편의점 등을 대대적으로 출점하고 있는 LG유통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센티브제를 실시하며 부지 확보를 독려하고 있다. 직원이나 직원 가족들이 적정 부지를 추천해 실제로 개점하게 될 경우 1백만~2백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또 전국의 부동산 중개업자들과도 연락망을 가동, 부지를 추천 받고 있다.

◇공공시설을 잡아라=최근에는 공항·경기장·지하철 역사 등 공공시설물이 부지난을 겪는 유통업체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노른자위 입지인 데다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이미 갖춰져 있어 임대료만 내고 입주하면 되기 때문.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오는 9월 김포공항 옛 국내선 청사에 7천평 규모의 대형할인점을 개점하는데 이어 인천공항·지하철 왕십리역 등에 잇따라 점포를 열 예정이다.

롯데도 영등포점에 이어 지난 10일 국철 안양역사에 17번째 백화점을 개점했으며, 2003년 초 대구역에도 백화점을 열 계획이다.

특히 6월 입찰 예정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내 유통상가의 향방은 업체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할인점 업체마다 이미 지난해부터 TF팀을 구성해 월드컵 경기장 상가 입찰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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