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항공 승무원 "얕보면 큰 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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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싱가포르 항공의 스튜어디스를 조심하라."

그들 중에는 '무림(武林)의 숨은 고수(高手)'가 많다. 평소엔 상냥하고 애교 있게 승객들을 대하지만 일단 유사시엔 상대방의 혈도를 찍는 점혈(點穴)수법과 3인1조로 협공하는 진법(陣法)까지 익히고 있다.

싱가포르 항공은 3개월 전부터 6천여명의 기내 근무직원 중 2천여명에게 호신술과 각종 무술을 가르치고 있다. 스튜어디스에게 치근덕거리는 치한부터 여객기 테러범에 이르기까지 기내 보안을 어지럽히는 악당들을 현장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터진 9·11 테러가 자극제가 됐다.

덩치가 큰 '공중(空中)깡패'에겐 '3인 진법'(사진)이 구사된다. 두 명이 어깨를 찍어누르고, 다른 한 명이 등 뒤에서 귀 밑의 혈도를 엄지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악당은 꼼짝없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다.

각국의 항공사들은 기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치열한 가격경쟁 때문에 보안요원을 추가 배치할 수 없자 싱가포르 항공은 스튜어디스를 정예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타이항공도 뒤를 따를 예정이다. 스튜어디스들은 "짧은 시간에 배운 몇가지 기술이지만 좁은 기내에선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며 "하지만 좋은 말로 끝내는 게 더 나은 것 아니냐"는 반응들이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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