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문제 다자간 협의로 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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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탈북자들이 중국의 외국 공관을 한국에로의 탈출구로 삼는 사태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탈북자 문제가 국제적으로 부각되는 한편 관련 국가 간의 외교적 마찰을 야기하고 있다. 중국 경찰이 그제 중국 선양(瀋陽)의 일본 총영사관에 들어갔던 탈북자 가족 두명을 치외법권이 인정되는 공관의 특수성조차 무시한 채 끌고간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일본이 국제법 위반을 내세워 그들은 물론 총영사관 정문에서 중국 경찰에 붙잡힌 나머지 가족 세명의 신병을 함께 원상회복하라고 강력히 요구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중국은 탈북자 처리에 고충이 많을 것이다.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나 탈북자들의 북송을 약속한 조·중 국경협약도 있어 중국이 탈북자 지위를 난민이나 정치적 박해자로 선뜻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행을 바라는 탈북자가 많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문제를 푸는 정책전환을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탈북자의 한국 입국을 돕는 국제 비정부기구(NGO)들의 연대망이 강화되는 추세여서 어느 때고 같은 사건이 반복될 수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럴 때마다 중국이 타국인의 문제로 세계로부터 인도주의와 인권을 시험받는 시련에 빠져서야 되겠는가.

인도적 관점에서 관련 국가들의 선의로 처리돼야 할 탈북자 문제가 관련국들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관련국 간의 불화의 요인이 되도록 버려두는 것은 우리 국익에 반한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이해 당사국이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조직, 이 문제의 합리적 해결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국제적 난제를 다자간(多者間) 협의로 풀어내는 것은 외교의 본령이다. 탈북자 관련 NGO들도 중국의 위신을 너무 자극하는 탈북자의 공관 진입 기획 및 선전활동을 신중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이 돕고 싶어도 국가 위신 때문에 도울 수 없는 사태를 야기한다면 오히려 많은 탈북자들을 곤경에 빠뜨릴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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