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상의 집, 개방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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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강원도 춘천시 소양로 2가 '준상이네 집'앞에서 일본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주차장 가득 메운 겨울연가 관광차량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 차라리 문을 닫고 싶습니다."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주인공 준상(배용준)이 고교 시절을 보낸 곳으로 일본인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인 강원도 춘천시 소양로 2가 90-7 차금선(63)씨의 집. 차씨는 " 봉사하는 기쁨과 보람으로 집을 개방했으나 이제는 심신이 너무 피로하다"고 말했다.

12월31일 계약 만료를 앞둔 준상의 집 개방 여부로 집 주인과 춘천시가 고민하고 있다. 춘천시가 월세 형식의 임대료를 지급하고 관광객에게 준상의 집을 공개한 것은 지난 6월23일. 이전까지 준상의 집을 찾은 관광객은 대문 사이로 안을 들여다 보거나 이를 안타깝게 여긴 차씨가 문을 열어주었을 경우 운좋게 욘사마(배용준)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준상의 집이 개방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급증했다. 하루 100명 안팎이던 관광객이 300여명으로 늘더니 지난 8월 이후에는 700 ̄800명으로 증가했다. 현재까지 준상의 집을 다녀간 관광객은 9만여명. 연말이면 1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문제는 예상보다 많은 관광객이 준상을 집을 찾은데서 비롯됐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쉴새없이 관광객이 몰리자 차씨와 남편 아들 등 가족은 사생활을 포기해야했다.

춘천시가 통역 겸 관광안내원을 배치했지만 춘천 나아가 우리나라를 알리는데 소홀할 수 없다고 생각한 차씨는 아침 일찍 집 안팎 청소를 시작으로 하루종일 관광객을 상대했다. 관광객의 요구로 기념 사진을 찍고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도 부지기수였다. "감사하므니다" ,"기므치" 등으로 말하는 일본 관광객의 발음도 고쳐주었다.

관광객을 상대하느라 차씨는 그동안 몇 차례 병원에 다녀야할 만큼 앓았다. 시로부터 많은 돈을 받는다느니, 몇억원을 준다는데 더 받으려고 집을 팔지않는다는 등의 소문에도 시달렸다. 차씨는 집을 개방한지 여섯 달째지만 몇 년이 지난 것처럼 힘들다고 밝혔다.

차씨는 개방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지난달 말 춘천시에 재계약을 하지않겠다고 통보했다. 차씨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보여주겠다"며 서울 유진(최지우)의 집처럼 유료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통보를 받은 춘천시는 비상이 걸렸다. 남이섬과 함께 '겨울연가' 관광의 핵심인 준상의 집이 문을 닫으면 모처럼 달아오른 일본인의 춘천에 대한 관광열기가 식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돈을 받고 개방하는 것도 이미지가 훼손될까 우려하고 있다.

춘천시 박연숙 관광지원담당은 "생각보다 많은 관광객이 몰려 차씨가 힘들어 한다"며 "겨울연가 관광의 핵심인 준상이 집이 문을 닫지 않도록 하고 싶지만 차씨의 처분만 기다릴 뿐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준상의 집 개방 여부 및 유료화에 대해 관광 가이드들도 의견이 다르다.

포커스관광 임윤자(42)씨는 "그동안 준상의 집 때문에 춘천시가 거둔 경제적 효과가 얼마인데 문을 닫느냐"며 "유료화할 경우 춘천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어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방여행사 오영주(37)씨는 "왜 관광자원을 무료로 보여주느냐"며 " 처음부터 입장료를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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