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도 귀 따로… 코 따로 주특기 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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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귀나 코가 아플 땐 대학병원 대신 동네의원으로 오세요'.

이비인후과(耳鼻咽喉科)는 귀와 코,목을 한꺼번에 진료하는 과목. 그러나 최근 귀 전문 이비인후과와 코 전문 이비인후과 등 부위별 전문 진료를 표방하는 이비인후과 병원들이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전 아주대병원 박홍준·전영명 교수와 전 인하대병원 이승철 교수가 최근 서울 청담동에 공동으로 개원한 소리 이비인후과가 대표적 사례. 난청과 이명(耳鳴), 중이염, 어지럼증 등 귀 질환만을 전문 치료한다.

지난해 서울 압구정동에 문을 연 미래 이비인후과도 마찬가지. 전 단국대병원 박현민, 평촌성심병원 송병호 교수가 귀 질환 전문 진료를 표방하며 공동 개원했다.

이들은 귀 질환만을 1천~1천5백여건씩 수술해온 베테랑 중견 교수들이다.

수술실과 입원실은 물론 안구 추적장치가 달린 어지럼증 진단용 회전의자 등 최신 장비를 갖춘 이들 귀 전문 이비인후과는 대학병원에서 실시하는 검사와 수술까지 모두 가능하다.

소리 이비인후과 이승철 원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귀 전문 병원이 많다"며 "지금까지 어지럼증이나 중이염 등 환자는 대학병원만을 이용해야 했으므로 3시간 대기 3분 진료의 불편함이 있어왔으나 이젠 동네 병원에서도 편리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코 전문 이비인후과는 훨씬 오래 전에 뿌리를 내린 상태다. 서울 역삼동 하나 이비인후과, 압구정동 민 이비인후과 등 전국적으로 수십여개의 코 전문 이비인후과가 개설돼 있다. 1995년 개원한 하나 이비인후과는 전 연세대의대 박인용 교수와 강북삼성병원 박재훈 교수 등 9명의 이비인후과 전문가가 지금까지 1만여건의 내시경을 이용한 축농증 수술을 해온 코 전문 병원.

서울 방배동 두리 이비인후과처럼 한 병원에서 부위를 나눠 진료하는 곳도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 출신인 최건 원장이 목의 질환을,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 출신의 임현호 원장이 귀의 질환을 맡아 진료한다.

전문 병원의 장점 중 하나는 신속한 신기술의 도입. 종합병원보다 의사결정이 빠르기 때문이다.

고주파를 이용해 코골이나 축농증을 간편하게 치료하는 코블레이터 치료 등 대부분의 새로운 치료법은 대학병원에 앞서 동네 전문 의원이 도입해 활발하게 시술하고 있다.

진료비가 적다는 것도 장점. 대학병원 진료시 가산되는 진찰료와 특진료(지정진료비)가 없기 때문이다. 레이저나 내시경 치료 등 대부분의 이비인후과 질환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그러나 대학병원 교수들이 대거 개원가로 빠져 나가 일부 병원의 경우 교수 부족으로 진료과목 자체가 폐쇄되는 등 의대생과 전공의 교육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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