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크 再당선 확실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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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투표가 5일 실시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우파 정당인 공화국연합(RPR)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극우파 후보로서는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결선에 진출한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FN)당수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재선될 것이 확실시된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르펜 후보가 얼마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르펜의 득표율이 25%를 넘을 경우 국민전선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이 크지만 15%에 못미친다면 르펜 돌풍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말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무효표가 많이 나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차투표에서 패배해 결선에 후보를 내지 못한 프랑스 좌파가 시라크 대통령에 투표하자고 호소하고 있으나 시라크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백지투표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르펜의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부패한' 시라크 대통령에게 투표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라는 의사 표시로 고무장갑을 끼거나 코에 빨래집게를 꽂고 투표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각에서 나타나자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이같은 행동은 비밀투표를 보장한 선거법 위반이므로 무효표로 처리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각계로부터 시라크 공개 지지 선언을 요구받고도 침묵을 지켜온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고무장갑을 끼는 대신 위임장을 통한 대리투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좌파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투표 마감시간 직후 "시라크의 승리가 그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전국적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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