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외면받는 새 동해고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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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동해간 신설 고속도로가 지역주민의 이용률이 낮아 한산한 반면 옛 동해고속도로(右)에는 여전히 차량들이 몰리고 있다.홍창업 기자

최근 개통된 동해고속도로가 지역 주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통행료가 비싸고 나들목이 도심지와 너무 멀어 불편한 게 주 원인이다.

정부는 1조4000억원을 들여 1998년 착공한 동해고속도로 새 노선(강릉~동해.총연장 56.1㎞.왕복 4차로)을 지난달 24일 개통했다. 75년 개통된 기존 왕복 2차로(총연장 41.7㎞)는 국도 7호선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그러나 새 노선의 통행료(강릉~동해)는 2200원이다. 전체 거리가 14.4㎞ 늘어난 것을 감안하더라도 옛 노선(500원)보다 4배 이상 비싸다.

게다가 강릉시내에서 도로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대관령 아래 강릉 나들목까지 가야 하는 등 주요 나들목이 강릉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실제 운행 소요 시간이 종전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새 노선의 하루 평균 통행 차량(동해IC 출구 차량 기준)은 5000여대로 당초 예상했던 7000여대의 70%에 불과하다.

반면 국도로 전환돼 통행료가 폐지된 기존 노선에는 차량이 몰리면서 출.퇴근 시간에는 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져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특히 강릉시 강동면 모전과 임곡.옥계 등 옛 고속도로 진입 교차로에는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교통 사고 위험이 높아 신호등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강릉에서 동해로 출퇴근하는 허모(42.강릉시 송정동)씨는 "새 도로는 통행료가 비싼 데다 퇴근시간 나들목에서 집까지 가는데만 15~20분이 걸려 오히려 옛 고속도로를 이용하는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통행료를 내리고 안전 시설을 보강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새 도로는 지역 주민들에게 외면 당해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릉 옥계면사무소 관계자는 "차량들이 고속도로 대신 인근 국도로 몰리면서 옥계~동해 간 국도 7호선은 통행량이 새 고속도로 개통전보다 2~3배 늘어 주민들이 도로를 횡단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경찰과 협의를 거쳐 정동진 등 기존 고속도로 진입 교차로 4곳에 신호등을 설치키로 했다"며 "규정상 20㎞ 미만 운행자에게만 예매시 20%할인 혜택을 주도록 돼 있어 중.장기 이용객에 대한 마땅한 유인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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