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 전파 우려"… 축산업계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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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기도 안성에서 발생한 의사 구제역은 국내 축산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난달 재개된 돼지고기의 일본 수출이 일본 당국의 수입 중단 조치로 다시 막히게 됐다. 특히 월드컵을 코 앞에 둔 시점에 발생해 관광객 감소와 이미지 실추 등 간접적인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축산업계 비상=이번 구제역은 소에서 발병한 2000년 사례와는 달리 돼지에서 발견돼 축산당국을 더 긴장케 하고 있다. 돼지는 소보다 구제역 바이러스를 2백~1천배 정도 더 배출해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1997년 대만에서 발생한 돼지 구제역은 석달 만에 1백만마리가 감염되는 가공할 전파속도를 보였다.

대만은 당시 4백만마리의 돼지를 도살하는 등 구제역 발생으로 무려 41조원에 이르는 국가적 손실을 입었다. 우리나라도 2년 전 구제역 발생으로 도축비 등 직접비용 5백68억원, 축산농가 금융지원 2천4백억원 등 모두 5천억원 정도의 비용을 치러야 했다. 당시 구제역으로 인한 총 피해액은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감염된 돼지를 도살처분할 경우 3개월, 예방접종을 하면 1년이 지나야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분간 수출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재 1백㎏ 한마리에 22만7천원 정도로 시세가 좋은 편인 돼지고기값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초기대처가 중요=구제역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수입건초·해외여행객·황사 등 세가지 요인 정도로 추정될 뿐이다.농림부는 이중 황사를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황사현상이 심했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경우 기온이 25도를 넘어가면 활동을 못하기 때문에 이번 달만 잘 넘기면 구제역이 더이상 확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발생지역 인근의 가축시장을 폐쇄하는 등 초동단계에서 강력히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축산농가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2년 전 경기도 파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도 신고를 늦게 하는 바람에 충남 일대로 빠르게 퍼진 적이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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