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무상원조…일본, 수년 내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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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 정부는 대중(對中) 정부개발원조(ODA)가운데 무상원조와 기술협력 명분의 원조를 수년 안에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당장 내년 초부터 세부계획을 놓고 중국 측과 협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2006년 이후엔 무상자금 협력에 따른 신규 사업을 더 이상 벌이지 않으며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종료시점에서 자금지원을 끊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 외무성 관계자는 "일 정부의 무상원조 대상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400달러 이하의 국가"라며 "그러나 중국은 경제 고성장으로 앞으로 3~4년이면 이 기준을 넘어서게 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또 인재육성과 기술이전 등의 기술협력도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했다. 중국 측은 환경분야에서의 수요 등을 이유로 기술협력 중단에 난색을 표하고 있으나 "유인 우주선 비행에 성공한 나라에 기술협력이 왜 필요하냐"는 일본 내 여론에 밀린 격이다.

지난해 일본은 중국에 52억엔의 무상자금, 62억엔의 기술협력을 제공했다.

한편 일 정부는 20일 대중 ODA의 축소 방침에 따라 2005년도 ODA 예산을 올해(8169억엔)에 비해 3.8% 줄어든 7800억엔가량으로 잠정 결정했다. 일본의 ODA 예산이 8000억엔대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16년 만의 일이다.

이와 관련,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외상은 "앞으로 중국에 대해선 (줄여나간다는)기본방침이 정해져 있으며 어떤 형태로 연착륙시켜 갈지 내년부터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3년도의 대 중국 ODA 공여액은 1080억엔으로, 피크였던 2000년의 2273억엔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선 "중국은 ODA 대상국에서 졸업할 때가 됐다"(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여론이 비등해 당장 내년도부터 대중국 ODA의 대폭 삭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일 언론들은 정부의 대중 ODA 축소 방침이 천연가스전을 둘러싼 시비, 중국 잠수함의 일 영해 침범,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단 요구 등을 둘러싸고 양국의 갈등 가운데 나왔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일 정부가 중국의 예상되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ODA 축소 방침을 밝히고 나선 것은 중국과의 여러 정치적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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