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경험 쌓는 ‘과학화 훈련장’ 딱 1곳…대대급 부대, 한 번 훈련하면 8년 기다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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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과학화 훈련’ 강화도 발등의 불이다. 1975년 베트남전 참전 이래 실전 경험이 없는 우리 군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과학화 훈련은 예산을 줄이고 실제 기동에 따른 민원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육군은 지휘관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모의전쟁(워게임)과 유사한 전투지휘훈련(BCTP)을 하고 있다. 마일즈(MILES)라 불리는 서바이벌 게임도 홍천 과학화 훈련장에서 실시 중이다. 레이저와 전자시스템을 활용한다. 해·공군도 항해와 조종사 양성을 위해 첨단 컴퓨터 시뮬레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군의 디지털을 활용한 과학화 훈련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육군 과학화 훈련장의 경우 대대급 부대가 10박11일간 훈련을 실시한다. 지난해 21개 대대가 이곳에서 훈련했다. 한 번 훈련을 실시한 부대는 8년을 기다려야 한다. 미군의 경우 캘리포니아에 9억9174만㎡ 규모의 포트 어윈 국립훈련소(NTC)를 만들어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훈련토록 하고 있다. 서울의 1.6배 넓이다. 부대 운영비만 한 해 2억5000만 달러(3027억5000만원)다. 1940년 사격장으로 출발한 이곳에는 마일즈 장비 등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다양한 전투상황을 상정해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과학화 훈련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시뮬레이터도 턱없이 모자란다. 한 해 150여 명의 조종사를 배출하는 공군의 경우 고등비행 교육용 T-50 시뮬레이터는 1대뿐이다. 조종사들은 비행 중 엔진 정지, 악천후 비행 등을 경험하는 훈련을 받는다. 비행기로 이 훈련을 할 경우 추락사고로 직결될 수 있어 시뮬레이터 탑승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뮬레이터는 밤엔 물론이고 주말과 휴일까지 가동해야 할 지경이다. 과학화 훈련은 장병들의 디지털 마인드를 키울 뿐만 아니라 디지털 군의 흐름에도 발맞추는 것인 만큼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별취재팀=김민석 군사전문기자, 강주안·고성표·정용수·권호 기자, 워싱턴·도쿄·파리=최상연·김동호·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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