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그의 패션 철학은 ‘때와 장소에 맞게’이다. 이를 TPO(Time, Place, Occasion)라고 부른다. 일할 때는 편한 차림을 한다. 정장 차림으로는 사무실과 연습실을 온종일 왔다갔다하는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청바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단 키워드는 ‘엘레강스’다. 청바지를 입더라도 어느 한 곳은 우아함으로 포인트를 준다. 프릴이 달린 흰색 블라우스는 여성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차분한 분위기의 카키색 카디건을 매치해 ‘출근 복장’이 됐다. 블라우스와 카디건 모두 질 샌더. 브랜드가 대놓고 드러나는 옷은 잘 안 입는다. 청바지도 스티치(박음선)나 뒷주머니 모양이 요란하지 않다. “깨끗해서 좋다”는 다크 블루 스키니진은 랄프 로렌.
격식을 갖출 때
사무실에는 항상 정장 서너 벌과 구두 서너 켤레가 있다. 외부 일정이 잡히면 상황에 어울리는 옷으로 갈아입고 나간다. 하루에 몇 번 갈아입을 때도 있다. 관료들을 만날 때는 주로 차분한 색상의 정장을 입는다. VIP 관객들을 접대할 때는 조금 화사하게 입는다. “예전엔 검은색을 즐겨 입었는데, 반세기 넘게 살다 보니 이젠 꽃무늬가 눈에 들어오네요, 하하.” 분홍색 바탕의 꽃무늬 원피스는 키톤. 그의 옷장엔 10년, 20년 된 옷이 수두룩하다. 좋은 소재에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을 고르기 때문이다. 옷은 심플하게 입는 대신 스카프나 장신구를 화려하게 한다. 30년 전 프랑스 유학 시절 구입한 ① 샤넬 진주목걸이는 요즘도 애용한다.
발레리나와 발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갈아입는다는 최태지 단장. 나이 들면서 눈에 들기 시작했다는 화사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연습실 거울 앞에 섰다. 사진은 일할 때 즐겨 입는 청바지 차림과, 격식을 갖춰야 할 때 입는 원피스 차림의 최 단장을 따로 찍어 합성했다. [박종근 기자]
글=박현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