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View 파워스타일] 국립발레단 단장·예술감독 최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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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경영과 예술을 책임지고 있다. 기업으로 치면 최고경영자(CEO)이면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셈이다. 1996년, 37세의 나이에 최연소 국립발레단장에 발탁되면서 발레리나에서 경영자로 변신했다. ‘해설이 있는 발레’를 도입하고, 김용걸·김주원 등 스타 무용수를 길러내 한국 발레의 르네상스를 주도했다. 2001년 단장에서 물러난 뒤 정동극장장을 맡아 예술 경영인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발레단을 떠난 지 7년 만인 2008년 단장으로 되돌아왔다. 군부대, 장애아동, 다문화가정 등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발레’ 공연을 시작했다. 티켓 값을 5단계에서 7단계로 세분화하면서 최저 가격을 3만원에서 5000원으로 확 내리기도 했다. 그러자 텅 비어 있던 3, 4층 객석이 가득 찬다. 해외 진출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10월엔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주역으로 출연한다. 요즘은 7월 15~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롤랑 프티의 밤’ 공연 준비에 시간을 쏟고 있다.

사무실에서

그의 패션 철학은 ‘때와 장소에 맞게’이다. 이를 TPO(Time, Place, Occasion)라고 부른다. 일할 때는 편한 차림을 한다. 정장 차림으로는 사무실과 연습실을 온종일 왔다갔다하는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청바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단 키워드는 ‘엘레강스’다. 청바지를 입더라도 어느 한 곳은 우아함으로 포인트를 준다. 프릴이 달린 흰색 블라우스는 여성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차분한 분위기의 카키색 카디건을 매치해 ‘출근 복장’이 됐다. 블라우스와 카디건 모두 질 샌더. 브랜드가 대놓고 드러나는 옷은 잘 안 입는다. 청바지도 스티치(박음선)나 뒷주머니 모양이 요란하지 않다. “깨끗해서 좋다”는 다크 블루 스키니진은 랄프 로렌.

격식을 갖출 때

사무실에는 항상 정장 서너 벌과 구두 서너 켤레가 있다. 외부 일정이 잡히면 상황에 어울리는 옷으로 갈아입고 나간다. 하루에 몇 번 갈아입을 때도 있다. 관료들을 만날 때는 주로 차분한 색상의 정장을 입는다. VIP 관객들을 접대할 때는 조금 화사하게 입는다. “예전엔 검은색을 즐겨 입었는데, 반세기 넘게 살다 보니 이젠 꽃무늬가 눈에 들어오네요, 하하.” 분홍색 바탕의 꽃무늬 원피스는 키톤. 그의 옷장엔 10년, 20년 된 옷이 수두룩하다. 좋은 소재에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을 고르기 때문이다. 옷은 심플하게 입는 대신 스카프나 장신구를 화려하게 한다. 30년 전 프랑스 유학 시절 구입한 ① 샤넬 진주목걸이는 요즘도 애용한다.

발레리나와 발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갈아입는다는 최태지 단장. 나이 들면서 눈에 들기 시작했다는 화사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연습실 거울 앞에 섰다. 사진은 일할 때 즐겨 입는 청바지 차림과, 격식을 갖춰야 할 때 입는 원피스 차림의 최 단장을 따로 찍어 합성했다. [박종근 기자]

구두에 가장 공을 들인다. 혹독한 훈련으로 볼은 넓어지고 발가락이 휘기 때문에 맞는 구두를 찾기 쉽지 않아서다. 편한 차림에는 ② 레페토의 플랫 슈즈를 신는다. 레페토는 ‘모던 발레의 거장’으로 불리는 롤랑 프티의 어머니가 창업한 토슈즈·발레복 전문 브랜드인데 일반인용 신발도 만든다. 자동차에도 여벌의 구두를 갖고 다닌다. 굽 높은 신발은 꼭 필요할 때만 신고, 일정이 끝나면 바로 갈아 신는다. 서류까지 넣을 수 있는 사이즈가 마음에 들어 ③ 고야드 생루이 가방을 자주 든다.

글=박현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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