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서가] 『경영의 미래』 이완경 GS EPS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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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불멸의 이순신’이란 TV 드라마가 시청자의 뜨거운 호응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임진왜란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는 이순신 장군의 목소리와 함께 율곡 이이가 떠오릅니다. 율곡은 동과 서로 갈라선 채 미래에 대한 진단마저 정파적 이해로 재단하는 조선 사회의 부조리를 냉철하게 분석, 극복함으로써 미래의 위기에 대비할 것을 주장했지요. 기업을 경영하면서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 역시 미래의 불확실성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게리 해멀의 『경영의 미래』는 더욱 가슴에 와 닿습니다.

게리 해멀은 21세기 경영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100여 년간 경영학의 주류로 자리 잡아온 막스 베버의 관료주의와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이 타성화된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해멀은 과거의 패러다임이 시간 대비 효율을 높임으로써 현실에 안주했다고 지적합니다. 그 결과 외형적 혁신 활동은 형식화되고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하는 능력은 오히려 점점 떨어졌다는 것이죠. 해멀은 웹 2.0으로 대변되는 새롭고 거친 경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경영 혁신’을 제시합니다. 그가 정의하는 ‘경영 혁신’은 타성으로 자리 잡은 과거 경영방식의 망령을 완전히 털어 버리고 경영의 룰을 바꾸는 최고 단계의 혁신을 말합니다. ‘경영지놈’ 또는 ‘경영 DNA’ 차원의 혁신이라고나 할까요. 경영 혁신을 통해 조직의 모든 활동에 혁신의 전류가 고동치고, 일하는 사람의 열정과 창의성이 제대로 인정받아 모든 구성원이 자연스레 최선을 다하는 기업을 해멀은 상상합니다.

대다수의 CEO가 해멀이 제시하는 기업문화에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20세기의 관리론적 경영에 익숙해진 경영자와 기업 조직은 관료주의적 특성으로 인해 혁신을 리드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그의 지적에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GS EPS는 민자 발전 회사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관성화된 화석연료를 넘어 신에너지 시대의 도래가 불가피한 이 시점에서 GS EPS는 에너지 업계의 ‘Great Company’를 꿈꾸고 있습니다.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는 GS EPS에 참여와 위임, 주변부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해멀식 경영 혁신을 통한 접근법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나는 평소 오픈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창의적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얼마 전 익명성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내 게시판에 익명제를 도입한 것도 21세기가 요구하는 경영 혁신을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 혁신을 통한 기업 운영방식을 재정립한다면 ‘경영의 종말’은 오지 않을 겁니다. 현실의 위기는 초인적 의지와 의사소통을 통해 해결하고, 과거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철저한 현실 부정을 통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수많은 이순신과 이이가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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