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현대 무용제' 관객 몰린 진짜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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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흔히 사람들은 축제나 공연의 성공을 관객의 수로 따진다.

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국제현대무용제(Modafe 2002)'는 그런 면에서 최근의 어떤 축제보다도 생산적이었다.6일 동안 문예진흥원 예술극장(옛 문예진흥원) 대·소극장 주변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결과를 보자. 기획·홍보사인 가네사의 추산으로 대극장(총 7백석) 공연의 유료 객석 점유율이 1백%를 넘었다. 공연마다 관객이 복도를 메웠고, 서서 보는 관객도 상당수였다. 소극장 공연에도 매회 1백30~1백50명의 관객이 몰렸다.

으레 '무용=초대권(공짜티켓)'이 관행으로 통하는 무용 공연에서 이런 결과는 의외다. 혹시나 해서 기획·홍보사인 가네사에 물었다."첫날 개막식을 제외하고 회당 초대권은 30장 안팎이었다." 관객대부분이 자발적으로 표(장당 1만 5천원~3만원)를 사서 봤다는 이야기다.

이유가 무엇일까. 프로듀서 김성희(가네사 대표)씨는 "수준 높은 작품의 질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작품이 좋으면 관객은 온다'는 당위론이 먹혔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그런 당위론이 잘 통하지 않았던 게 무용계 현실이고 보면 설득력이 약하다.

이번 성공의 주역은 다름아닌 김씨 자신이 아닌가 한다. 바꿔 말하면 전문화·분업화를 앞세운 '프로듀서 시스템'의 승리다. 원래 이 축제는 20년 묵은 특정 무용 단체(한국현대무용협회) 중심의 행사였다. 이러니 때가 되면 회원(주로 교수 무용가들)들끼리 모여 '자가발전'하는 식으로 치러졌다. 표는 제자들이나 사주면 그만이었다.

김씨는 올해 이 축제의 용역을 맡아 판을 다시 짰다. 우선 '유럽무용의 물결'이라는 주제로 축제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발품을 팔며 세일즈에도 나섰다. 일례로 김씨가 찾아가 설명회를 한 대학이 20여 개에 이른다. 이런 신선한 시도가 무용의 주요 관객인 학생들의 자발적인 관람을 유도했던 것이다. 이번 축제는 김씨 같은 전문 프로듀서의 중요성을 일깨운 좋은 사례로 꼽을 만한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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