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가득 쿠바풍 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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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감흥이 아직 진득하게 남아 있다면 권할 만하다. 쿠바의 전설적 재즈 트럼펫 연주자인 아투로 산도발의 열정적 선율을 감상할 수 있다.

아테네·런던 등을 돌며 펼친 세계 순회 공연 장면도 심심찮게 삽입됐다. 푸른 하늘 아래 이글거리는 쿠바의 풍광도 눈요깃감으로 모자라지 않는다.

'리빙 하바나'에는 음악과 정치, 사랑과 자유가 모두 담겨 있다. 하지만 중심은 역시 음악이다. 카메라는 음악적 자유를 찾아 조국 쿠바를 탈출하는 산도발(앤디 가르시아)을 집중 조명하지만 영화의 재미는 화면 사이로 흘러나오는 쿠바풍 재즈임이 분명하다.

최근 발간된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의 '타나토스'에서 칭송됐던 쿠바 음악에 깊숙이 빠져들 수 있다. 산도발이 첫눈에 반한 여인 마리아 넬라(미아 마에스트로)의 마음을 사려고 야구장에서 트럼펫을 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영화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예술적 자유를 신봉하는 산도발과 정치적 명분을 앞세우는 마리아의 갈등과 화해가 피상적이고, 산도발의 '하바나 탈출 작전'도 밋밋하게 끝난다.

TV영화를 주로 연출했던 조셉 사전트 감독. 15세 이상 관람가. 3일 개봉.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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