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 전문조각가 윤영호씨 작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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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하늘을 향한 희망의 안테나'.

솟대를 이렇게 정의하는 윤영호(尹英鎬·57·충북 충주시 동량면)씨는 국내에서 유일한 솟대 전문 조각가다.

전시 기획자로 서울 현대미술관(지금의 현대 아트갤러리)관장을 지낸 尹씨는 원로 권옥연 화백의 그림 속 솟대를 보고 크게 감명받아 15년 전 솟대를 조각하기 시작했다.

솟대의 매력에 흠뻑 빠진 그는 결국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충주 호반에 정착했다. 늘 꿈꿔오던 혼자만의 작업공간을 품에 안은 것이다.

尹씨가 사는 동량면 하천리는 발 아래 남쪽으로 충주호가 펼쳐져 있고 뒤로는 개천산이 솟아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1백50여년 전부터 마을 안길은 '솟대거리'로 불렸다.

그는 조각 재료를 구하러 다니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이곳에 칩거하며 솟대를 만든다. 그의 작품은 일일이 깎아 다듬지 않고 나무의 자연미를 최대한 살려 만든 것이다. 새들이 금방이라도 솟대를 향해 날아올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나무 토막들을 연결한 것이지만 사랑을 속삭이는 새, 노래하는 새 등 인간이 쏟아낼 법한 거의 모든 염원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尹씨는 지난 20일부터 자신의 집 주변을 화랑으로 삼아 작품전을 열고 있다. 서울에서 개인전을 세차례 열었으니 이번이 네번째 전시회가 된다.

그는 "고조선 시대부터 하늘과 인간 사이의 매개물로 인식돼온 솟대는 기다림과 희망의 상징"이라며 "앞으로 마을에 솟대거리를 멋지게 재현해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체험학습장·테마관광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충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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