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미닫이문을 열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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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닫이문을 열며

봄의 길목으로 누군가 밟고 지나간

그 작은 발자국을 꽃이라 이름한다

점점이 물무늬 같은 햇살 환히 내리는 날

옷자락을 끌며, 끌며 저만치 떠다니는

바람의 지름길을 애써 찾아보지만

지금은 일방통행의 시간밖에 없다는걸…

더운 바람결에 긴 머리를 헹궈 내며

하얀 반소매를 거울 앞에 갈아입으며

화살표 띄운 내일로 징검다리를 놓는다.

김봄<대구시 수성구 범어4동·정화여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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