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등 동원 '대선주자 파일' 수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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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14일 에드워드 동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한국을 찾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그의 방한배경에 대해 "그는 동북아 지역의 대북정책 담당관 회의를 소집하는 한편 우리측 인사들을 만나선 한국의 대선에 큰 관심을 표했다"고 전했다.

세종로 82번지 주한 미대사관은 지난 3월 초부터 바빠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선 경선이 시작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노풍(風)'때문이다.

한국정치를 분석해 보고하는 것은 미대사관 8층에 위치한 정무과의 업무다. 여기서 한국의 차기 대선 동향을 담당하는 사람은 데이비드 스트로브 정치 참사관이다. 차기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내정된 스트로브 참사관은 1등 서기관 세명을 포함한 15명의 직원을 지휘, 대선 후보군의 성향과 여론 추이 등을 살피고 있다. 요즘은 한국 여론주도층의 의견을 들어 본국에 보고한다.

정무과 외에도 '지역조사과'라는 명칭으로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가 활동 중이며 용산 미8군에도 국방정보국(DIA)을 비롯한 정보기관들이 주로 군사적인 맥락에서 한국 대선을 주시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에 대한 1차 면접은 이미 끝난 상태다. 토머스 허버드 대사는 지난 몇달간 이회창·이인제·노무현·정동영·김중권·한화갑 등 대선 주자들을 덕수궁 옆 대사관저로 초청해 식사를 함께 하면서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수집된 정보는 ▶대북 정책▶경제정책▶지적수준▶인기도▶성장배경 등의 세부 항목이 망라된 두툼한 개별 파일로 가공돼 국무부와 관련 부서로 전달된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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